입력2023.09.02. 오전 9:00 수정2023.09.02. 오전 9:13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무리하며 인천 중구의 횟집에서 오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며 국내 수산업계가 위축되자 국민의힘이 수산물 소비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횟집 방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여야의 충돌이 격화한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장외 집회, 단식 농성 등을 통해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걸 “국민 불안을 부추겨 수산업계를 위기로 내모는 행위”로 규정한 뒤 수산물을 직접 소비하는 방식으로 여론전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지난 6월 15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을 찾아 당 지도부와 기념 만찬을 가졌고, 같은 달 23일 윤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단을 이끌고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내 횟집을 방문해 식사했다. 두 달여 공개·비공개 수산물 소비 운동을 벌이던 국민의힘은 최근 오염수 방류가 개시되자 재차 소비 촉진 캠페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석선물은 우리 농수축산물로'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현장 방문뿐만 아니라 추석 명절 선물로 수산물을 선택해달라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윤 원내대표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추석 명절 농수축산물 소비 장려 캠페인’ 게시물을 올리며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안전이 입증됐음에도 괴담과 선동으로 인해 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여전하다. 추석의 풍성함, 우리 농수축산물로 함께 하자”고 적으며 ‘추석 선물은 우리 농수축산물로’라고 쓰인 피켓을 든 사진도 첨부했다. 이후 약 20여명의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고 캠페인을 추석 연휴 전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꽃게를 구매하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뿐 아니라 여권 전체적으로도 이같은 수산물 먹기 운동은 활발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1927년 경성수산(현 노량진 수산시장)이 개장한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었다. 우럭탕, 전어구이, 꽃게찜 등 메뉴로 점심 식사를 한 윤 대통령은 우럭탕 한 그릇을 다 비우고 국물도 추가해 먹었다. 우럭, 꽃게, 전어 등도 직접 구매했다. 대통령실은 지난주 서울 용산 청사 구내식당에서 일주일 내내 조림, 회, 튀김 등 조리 방식을 바꿔가며 수산물 메뉴를 내놨다. 대통령실 소속 직원은 “원래 수산물이 비싼 요리인데 싼 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수산물이라도 계속 다양한 메뉴로 바뀌니까 질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만족도가 높은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28일 서울시의사회 대표단,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의 횟집에서 간담회를 했다. 오 시장은 “국민이 삼중수소 축적 등 수산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연안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들었고, 어려운 수산업계를 위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이 비공개 간담회나 사적 모임을 할 때도 수산물을 파는 음식점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국민적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조사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류로 해양·수산물 오염이 걱정된다’는 답변이 75%에 달했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만 놓고 볼 때도 ‘걱정된다’는 비율이 각각 46%와 58%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이 쉽게 움직이지 않자 수산업계에선 ‘오염수’ 대신 ‘처리수’로 용어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권택준 전국상인연합회 부산지회장은 1일 국회에서 개최된 국민의힘과의 ‘수산물 소비 촉진 및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 나와 “서민들이 오염수라는 말을 들으면 전통시장에 오질 않는다”며 “우리가 말 한마디라도, 오염수라는 말보다 처리수라고 썼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라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