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신 제주行 택한 중국 크루즈선
단체관광 맞이 준비하는 제주, 기대감↑
내국인 외면받은 제주, 유커가 살리나
2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발 크루즈선 블루드림스타호(2만4782t, 정원 1275명)가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에 입항했다. 당초 이 선박은 일본 나가사키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제주에서 하룻밤을 머무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선사 측은 일본 해상의 ‘기상악화’를 이유로 제시했지만, 관광업계에서는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일 감정으로 기항지를 변경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2017년 3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5개월 만의 중국발 크루즈선 방문이 됐다.
관광·유통업계가 중국발 크루즈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건 최근 제주 지역의 관광산업이 예년만 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을 허용한 뒤 일본과 동남아 여행을 필두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제주시 용두암을 찾아 경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 제주도사진기자회, 연합뉴스]팬데믹 기간 대체재로 주목받으면서도 연일 ‘바가지 논란’에 휩싸여온 제주는 현재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주관광협회 추산으로는 올해 7월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가 104만6642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16.7%(21만203명) 감소했다.
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내국인 관광객 수 역시 작년보다 60만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7월에는 807만4509명이 제주를 찾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보다 7.3% 감소한 748만3349명이 입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1381만1068명)를 기록했다지만, 제주에서 앞으로 그 이상의 경제효과를 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다하게 책정된 음식·서비스 요금,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만족감 등이 학습효과가 됐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당장 일본으로 향하는 내국인 여행객들만 하더라도 ‘이 가격이면 누가 제주를 가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국인 수요만으로는 제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가 한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들의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사업 규모를 무작정 축소하면 관련 기업도, 제주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기에 몇 년 만에 제주를 찾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반갑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하선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제주점을 찾아 쇼핑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제주도사진기자회, 연합뉴스]중국발 크루즈선은 블루드림스타호를 기점으로 오는 12월까지 47차례 제주항과 서귀포 강정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제주항과 강정항에 입항 의사를 신청한 크루즈선이 중국발 등을 포함해 334여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돼 관광·유통업계도 손님맞이 준비에 나섰다.
‘유커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내 불경기로 인해 예상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단 우려도 일부 있다. 중국 내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반사이익을 실제로 제주도가 챙길 수 있을지는 이달 말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제주관광공사는 이와 관련, “중국 단체관광시장 개방을 대비해 다양한 콘텐츠 발굴 및 온오프라인 홍보를 진행해왔다”며 “관광객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맞춤형 여행 콘텐츠 육성 및 홍보를 통해 제주 관광산업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