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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2-17 1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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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앙숙’ 그리스도 튀르키예 도움 손길… 지진 속 ‘해빙’
내용

 

입력2023.02.17. 오전 3:21   수정2023.02.17. 오전 6:33

 

튀르키예-시리아와 갈등 주변국들
구호활동 계기 긴장관계 완화 조짐
이스라엘-아랍연맹 등 ‘지진 외교’
‘이란 견제 위한 전략’ 관측도 나와

뉴시스튀르키예(터키), 시리아와 갈등을 빚어온 주변 국가들이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손을 내밀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처한 두 나라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구호활동을 지원하면서 각종 외교적 현안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 ‘앙숙’ 단교국들, 지진에 손 내밀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15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경 개방을 포함해 양국 관계를 회복할 의향이 있으며 관련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1993년 튀르키예가 아르메니아와 전쟁 중이던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자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아르메니아는 또 1915년 오스만 제국(구 튀르키예)이 자국민 150만여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망자였을 뿐”이라는 튀르키예와 대립해 왔다. 이랬던 두 나라가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30여 년 만에 국경 검문소를 개방한 것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아르메니아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우정의 손길을 건넸다”며 “인도주의적 분야의 협력이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권과 에게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튀르키예와 대립해 온 그리스도 대규모 구조대원을 파견했다. 12일에는 그리스의 니코스 덴디아스 외교장관이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고 아나돌루 튀르키예 국영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는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식민 지배한 이후 ‘500년 앙숙 관계’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튀르키예와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외교관계를 복원한 이스라엘도 이번 지진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항공 직항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은 (이번 지진에서) 처음으로 튀르키예를 지원한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선을 그어 왔던 아랍 국가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2011년 시리아 정부의 자국 내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을 비판하며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시리아와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4일 피해 지역인 알레포에 의약품을 보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도 15일 내전 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 “지진 계기로 관계 개선” 각국 셈법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손을 내밀고 있는 주변국들의 행보에는 인도주의적 동기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경우 정부 부채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동지중해에 세계 최장 해저가스관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선 튀르키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아르메니아는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앙숙인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선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를 지원하려는 것 또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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