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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생선까지 색깔별로 나란히… 사진 명소가 된 베이징 시장들 | ||
입력2023.12.19. 오전 3:08 수정2023.12.19. 오전 9:20
마치 미술품처럼 채소를 진열해 놓은 베이징 차오양구의 싼위안리 채소 시장.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18일 오전 베이징 차오양구의 싼위안리 채소 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화랑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1500㎡ 크기의 실내 공간 양쪽으로 수백 개의 가로 세로 2m 정사각형 매대가 들어서 있다. 매대마다 환한 조명 아래 신선 식품들이 단정하게 진열됐다. 채소 매대에는 비닐팩으로 하나씩 포장한 채소들이 열을 맞춰 쌓여 있고, 그 주위를 묶음 채소로 둘러 놓아 마치 그림에 액자를 씌운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생선 매대에도 붉은 생선과 등 푸른 생선 등을 섬세하게 색상별로 배치해 시선을 옮길 때 색깔이 점증되는 효과를 냈다. 다른 매대에는 계란·메추리알·타조알 등이 마치 조각품 전시처럼 진열돼 있고, 매대들 사이로는 향신료·곡물을 담은 수백 개의 병이 일종의 ‘벽’처럼 쌓아 올려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잘 차려 입은 젊은 상인들은 백화점 직원처럼 차분한 목소리다. 호객 행위를 했지만 불쾌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들을 찍어도 손색없을 듯했다. 싼위안리 시장을 비롯해 베이징 도심의 주요 시장들이 최근 외관을 바꿔 화려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젊은이들은 시장을 ‘도심 속 작은 숲[小森林]’이라 부르면서 ‘힐링’을 하고 소셜미디어에 추억으로 남긴다. 장년층과 베이징 거주 외국인들은 주로 고급 식자재를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올해 샤오훙수(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시장 투어 가이드’란 검색어는 67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중국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시장 애호가’ 페이지 가입자가 15만 명을 돌파했다. 싼위안리 채소 시장의 한 매대 주인은 “이제 대도시의 시장은 예술가들이 전시를 열고, 작가가 신작 발표회를 갖는 프리미엄 공간”이라고 했다. 1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위안리 채소 시장의 한 점포에서 생선들을 색깔과 형태별로 가지런히 내놓았다. 최근 베이징의 시장들은 내부를 정갈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 젊은이와 장년층,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었다. /이벌찬 특파원 베이징 팡산구(區)의 ‘둥펑 시장’은 최근 60일 동안 공들여 서예 작품으로 내부를 꾸몄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힙’한 글씨체로 시장 내부의 각종 안내 문구와 표지판을 써서 천장과 벽면에 부착했다. 베이징 하이뎬구의 ‘처커자위안 디지털 채소시장’은 곳곳을 스튜디오처럼 꾸미고 별도 조명을 설치해 상인들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게 했다. 시장의 판매 제품도 식용 꽃, 스페인산 하몽, 고급 주류 등으로 확장했다. 베이징 시장들은 온라인 배송 서비스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같은 변화를 택했다. 오프라인 시장이 가격·접근성에서 온라인 배송 플랫폼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싼 점포 가격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하고 고급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싼위안리 시장의 상품 가격은 비싼 편이다. 귤 6개짜리 한 팩이 75위안(1만4000원), 토마토는 작은 것 10알에 30위안(약 5500위안)이다. 값싼 채소와 과일을 대량으로 팔기보다, 비싼 품종의 신선 식품을 소량·고가에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고객 입장에서 마치 유명 관광지를 실컷 둘러보고 소중한 기념품을 사가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18일 베이징 싼위안리 채소 시장의 한 매대에 계란·메추리알 등이 마치 조각품 전시처럼 진열돼 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인들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에서 장을 보는 데 익숙하다. 허마셴셩, 메이퇀, 징둥마이차이 등에서 ‘손품’을 파는 것이 발품 파는 것보다 저렴한 제품을 더 빨리 받아 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아파트 단지 단톡방에서 ‘단체 구매’ 방식으로 신선 식품을 대량 온라인 주문하기도 하는데, 이때 ‘공구’ 가격이 적용돼 매우 저렴하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b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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