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10.22. 오후 4:27 수정2023.10.22. 오후 4:29
지난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진행한 찰리 푸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 사진 찰리 푸스 인스타그램
흰색 민소매 러닝셔츠를 입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32)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대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반갑다는 인사 대신 씩 웃으며 눈으로 공연장 구석구석을 훑었다. 첫 곡이 시작되자 익숙하다는 듯 떼창을 유도했다.
“5년 전 여러분이 엄청난 소리를 냈던 것이 기억나요. 이번에도 한번 가볼까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 같았다. 그는 2015년 프로모션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이후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내한 공연을 했다. 당시엔 2000석 규모의 예스24 라이브홀, 8000석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각각 공연했는데, 5년 만의 이번 공연은 1만 5000명이 입장하는 KSPO돔에서 진행됐다. 당초 2회 공연으로 예정됐지만, 예매 대란에 1회 공연이 추가됐다. 사흘 모두 전석 매진됐다.
첫 공연이었던 이날 찰리 푸스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쁘다. 한국 관객들은 이번 투어(공연)에서 최고의 청중”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공연 중 객석에서 “아이 러브 유 찰리!”라고 외치자, 활짝 웃으며 “아이 러브 유 투!”(I love you, too)라고 화답했다.
이번 공연은 20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약 4만 5000명 관객이 그의 공연을 찾는다. 사진 찰리 푸스 인스타그램
세 번째 내한…직접 건반 치며 고음 무대 소화
80분가량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 찰리 푸스의 음악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를 부르기 전 “새벽 3시에 노래 멜로디가 떠올라 머릿속을 맴돌았다”면서 드럼·기타 등 악기 소리를 들려주며 곡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평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멜로디를 구상하고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 내내 그는 보컬과 연주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맑은 고음을 내질렀고, ‘데인저러슬리’(Dangerously), ‘어텐션’(Attention) 등 가성 파트도 돋보이게 소화해냈다. 전자 키보드, 신시사이저 등 다양한 악기로 라이브 연주를 하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 ‘치팅 온 유’(Cheatingon You)와 ‘돈 포 미’(Done for Me) 무대에선 직접 건반을 치며 노래 불렀고, 드럼·베이스 등 밴드와 짤막한 협연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엔딩곡인 ‘하우 롱’(How Long) 무대에선 신시사이저를 어깨에 메고 현란한 솔로 연주를 보여줬다.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의 손가락이 무대 옆 화면에 클로즈업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오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앙코르곡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이 장식했다. 지금의 찰리 푸스를 있게 해 준 곡이다. 미국 버클리 음대 장학생 출신인 그는 2015년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주연이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폴 워커(Paul Walker, 1973~2013)를 추모하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후 노래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 12주 동안 1위에 오르며, 음악 유튜버였던 찰리 푸스는 스타덤에 올랐다.
밴드를 모두 내려보내고, 혼자 건반을 누르며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듯 진심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에 관객들 역시 불빛을 켠 휴대전화를 천천히 흔들며 떼창으로 응답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모두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 When I see you again)’.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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