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뛴다' 2개월 연속 생산 증가율 두 자릿수 기록
재고 부담도 일부 덜어내…제조업 재고율 10.4%p 감소
다만, 대외변수 속 소비 회복 미지수…내수 활력 살려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의 한 부스에서 관계자가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산업활동을 보여주는 3가지 지표(생산·소비·투자)가 4개월만에 일제히 ‘플러스’를 기록한 데에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 것이 가장 컸다.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면서 반도체·기계장비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경기에 골칫덩이로 작용했던 재조업 재고율도 10%포인트 이상 줄어들면서 부담을 덜었다.

다만, 국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선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부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당시를 제외하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 업황의 개선이 확연하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달에 비해 12.9% 늘었다.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기계장비 생산도 덩달아 5.1% 증가했으며, 석유정제(14.6%)도 지난달 보다 늘었다.

반도체와 기계장비 생산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8% 늘었다. 지난 8월(5.2%)에 이어 두 달째 플러스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에선 지난달 광공업 생산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지표상으로 보면 반도체 업황의 개선에 힘입은 경기 회복세를 확인한 셈이다.

올해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던 재고도 일부 소진이 시작됐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113.9%로 전월보다 10.4%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6.7%)와 기계장비(-9.0%), 1차 금속(-2.7%) 등에서 재고가 감소했다.
 

다만, 소비에 있어서는 우려가 따른다.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늘었다.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 7월(-3.2%)과 8월(-0.3%)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를 상쇄할 만큼 소비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 동월대비로 보면 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소매판매 전년동월비는 1.9%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7.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2.9%) 판매가 줄었다.

분기로는 2.5% 감소했다. IMF 사태 여파가 컸던 1997년 4분기(-3.6%)·1998년 1분기(-13.0%),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친 2008년 4분기(-3.4%),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분기(-5.5%)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 감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화 부문 소비는 여전히 주춤한 상태”라며 “설비투자 역시 작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내수가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쟁으로 인한 대외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중동 지역 분쟁이 더 커지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또 다시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에서 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역사적 사례에 기반을 둔 3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면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회복 흐름 속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히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야별 물가 집중관리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 민생안정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내수 활력을 보강하고 정상외교 투자협력 후속성과를 조속히 창출하는 등 경제활력 제고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