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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2-11-09 11: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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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지금 한국은 쉽게 손절하고 경청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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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쉽게 손절하고 경청하지 않는 사회”

입력2022.11.09. 오전 9:07

 

신작 ‘경청’을 발표한 김혜진 작가. 민음사 제공

■ 소설 ‘경청’ 펴낸 김혜진 작가

세상서 차단당한 상담사 통해

우리주변의 ‘캔슬컬처’ 꼬집어

“관계 통해서만 자신 잘 알게돼”


“세상 모든 것이 요즘 너무 빠르잖아요. 빨리 퍼지고, 빨리 판단하고, 쉽게 ‘손절’해 버리고…. 아무도, 아무 얘기에도 귀 기울여 듣지 않잖아요.”

지난 7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김혜진(39) 작가는 최근 발표한 새 장편 ‘경청’(민음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경청하지 않는 사회’. 김 작가는 세태를 이렇게 바라봤다.

그는 2012년 등단 후, ‘9번의 일’ ‘어비’ 등을 통해 노동하는 인간의 비애를 정면으로 다루고,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에서도 출간돼 주목받은 ‘딸에 대하여’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서로 다른 ‘우리’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SNS상에서 흔해진 일종의 ‘캔슬 컬처’의 면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수하는 인간’인 우리가 감내해야 할 세상의 속도와 내면의 전쟁을 담담하게 곱씹는다.

캔슬 컬처란, 한마디로 ‘취소’하는 삶의 방식이다. 흔히 ‘손절’이라 부르는 그것.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그로 인해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계정 팔로어 취소를 비롯해 그 사람 자체를 모든 것으로부터 배제하고 외면하는 문화다. 주인공 임해수가 바로 그 한복판에 있다. 잘나가던 심리상담사였던 그는 한 TV 방송에서 무심코 했던 발언으로 인해, ‘국민 상담사’에서 ‘공공의 적’이 된다. 김 작가는 “어떤 일은 빨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좀 더 기다리고, 좀 더 들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임해수가 겪는 캔슬 컬처가 너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듣는 직업’을 가졌던 그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입장에 처했다는 점도 소설 ‘경청’이 일방향이 아님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상담사라고 해서 그는 정말 잘 듣는 사람이었을까요? 그건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상대방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잖아요.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잘 알 수 있죠.”

임해수는 오래 일해 온 상담 센터에서 해고되고, 단골 식당 입장을 거부당하며, 친구와 가족의 지지도 얻지 못한다. 한마디로 ‘취소’당한다. 그러나 소설은 임해수를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내내 중간자적 입장에서 집요하게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그것은 사회로부터 내쳐진 그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사과, 변명, 항변, 후회….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 자기혐오, 자기부정을 반복하는 그는 밤마다 편지를 쓴다. 그 ‘사건’과 관계된 모든 이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나’는 종종 내가 싫어하고 부정하고픈 나일 때가 많죠. 그걸 인정하는 게 자신과의 화해의 시작인 것 같아요.”

임해수는 스스로를 충분히 벌하고, 자기와 화해할 수 있을까. 세상과 담을 쌓은 그를 자기 안에서 빠져나오도록 인도하는 건 낮의 산책과 고양이, 그리고 어린 친구다. 임해수는 자신을 경계하는 길고양이 ‘순무’를 마치 자신을 구원하듯 구조하려 애쓰고, 고양이를 돌보다 알게 된 중학생 세이와는 지금까지의 상담과는 다른, 새로운 ‘소통’을 시도한다.
 

박동미 기자(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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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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