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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12-07 12: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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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당당하게 재판 나온 '강남 롤스로이스 남'… 유족 "사과도 없어"
내용

입력2023.12.07. 오전 11:39

 

피해 유족 배진환씨 7일 CBS 인터뷰
꼿꼿한 태도의 신씨에 "어이가 없다"
"변호사 통해 합의만 제안해왔을 뿐"
신씨, 도주 부인... 마약 혐의 조사 중

 

서울 강남에서 약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친 신모씨가 8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약에 취한 남성이 몰던 고급 외제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 유족이 6일 피의자 신모(28)씨로부터 사과 한 번 받지 못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가 숨지고 처음 열린 전날 재판에서 신씨는 위축된 기색 없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사망한 20대 여성 A씨의 오빠인 배진환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변호사 통해 합의 얘기를 제안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과 연락이 온 적이 없다"며 "몇 개월 뒤에나 사과 편지를 준다고 하길래 거절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꼿꼿한 자세로 피고인석까지 걸어가 앉았다. 쑥색 수의를 입고 짧은 머리에 비교적 단정한 모습을 한 신씨는 밝은 표정으로 방청석을 살피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배씨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도주치사와 위험운전치사로 기소된 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배씨는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신씨가) 자리를 비웠고 잔해물을 치우다 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돼 있다"며 "신씨 측은 자기가 나왔던 병원 건물로 구호 조치를 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그냥 돌아온 것에 대해선 "(신씨 측이) 병원 문이 닫혀 있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가 사고가 나자마자 즉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사고 직후 바로 신고만 했더라도 동생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말에 배씨는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었으니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며 "살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씨가 사고를 낼 무렵 약물이나 술에 취했단 의혹이 있었지만 기소 항목에선 빠졌다. 신씨는 경찰 조사 당시 간이 마약 검사에서는 케타민 양성 반응이,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검사에선 케타민을 포함한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배씨는 "(신씨가) 향정신성 의학품으로 치료를 받은 것 자체는 인정이 됐지만 마약 투약 목적으로 받은 건진 따로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사가 끝나 (마약 투약 혐의가 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그때 형량이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취직한 지 3개월여 만에 사고를 당한 A씨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배씨는 "동생이 대구에 있을 때 영화관에서 일을 하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사고가 난 건) 친구 몇 명과 서울에 올라가 취직한 지 3, 4개월쯤 됐던 때였다"며 "사원증 나왔다고 자랑도 하고 일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사망할 때까지 넉 달간 A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배씨는 "사고 나고 수술을 받고는 아예 한 번도 의식이 돌아온 적이 없어 부모님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 한 번도 못 들었다"며 "부모님이 아직까지 동생 사진을 보며 울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마약 투약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배씨는 "신씨가 형량을 많이 받는 걸 보면서 혹시나 마약을 하고 있거나 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이 생겨야 한다"며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신씨는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A씨를 치었다. 사고 직전 한 성형외과에서 두 종류의 향정신성약물을 투약받은 후 운전한 것으로 드러난 신씨는 A씨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사고로 3개월 넘게 뇌사 상태였던 A씨는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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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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