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3.09. 오후 11:03
총리 이탈리아 출장·미 국방장관 방문 겨냥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대가 '사법부 무력화'를 노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출장길을 막아 섰다. 당황한 네타냐후 총리는 육로 이동을 포기, 헬리콥터 편으로 공항에 겨우 도착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이날을 '독재에 대한 저항의 날'로 선포한 뒤 자신들의 차량을 총동원해 수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진입 도로를 봉쇄했다.
이날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출장은 물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시위대 입장에선 최소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을 끌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경찰을 동원해 도로 위 차량을 압류하고 시위 참여자를 연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성난 시위대의 공항 도로 봉쇄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출국 시간이 다가오자 네타냐후 총리는 차량에서 헬기로 이동 수단을 변경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의회가 의결로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의회 헌법·법률·사법위원회 역시 지난달 이 법안을 본회의에 넘겼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현재 한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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