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4-01-02 11:49:52
0 4 0
[경제] 아직 끝나지 않은 ‘가격의 역습’
내용

입력2024.01.02. 오전 11:30  수정2024.01.02. 오전 11:31

 

Price(물가) : 2.6% 예상하지만 복병 존재 
눌려온 물가 총선후 폭발 가능성

 

지난해는 ‘고물가’로 요약될 수 있는 한해였다.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쳤고, 소매판매는 2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계적으로 고물가에 시달렸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2%대의 ‘중물가’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장밋빛 관측’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주요 경제·금융기관들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가 2%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로 내다봤고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 국제기구, 증권사 20개 기관의 평균 전망치도 2.6%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이보다 더 낮은 2.3%로 전망했지만, 올 초 다소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이어졌던 소비자물가 둔화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이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연말 소비자물가 추이에서는 뚜렷한 하락 추세가 감지된다. 한국은 지난해 5월 3.4%에서 11월 3.3%로, 미국은 같은 기간 4.0%에서 3.1%로, 유로지역은 6.1%에서 2.4%로 큰 폭 하락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역시 상반기 3%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다 하반기 2%대로 떨어지는 ‘상고하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최상목호(號)가 뚫어내야 할 고물가의 파고가 순순히 ‘상고하저’ 방향으로 흘러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전망치는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내내 하락세였던 국제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근 홍해 인근까지 확산함에 따라 급상승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지지한다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맞대응하면서 새해부터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금(金)사과’, ‘금딸기’ 등 과일값 상승에 대해 정부는 수입과일 할당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신선 식료품 가격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정부가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물가를 눌러왔다는 점도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물가를 억눌러왔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요 식품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 관리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격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했다. 대표적 사례가 소주 가격 인하다. 이러다 보니 주요 유통 기업들이 가격 인상 타이밍을 총선 이후로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가스요금, 유류세 등도 리스크다. 한국전력은 누적적자가 45조원에 달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음에도 불구,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한전채 신규 발행 우려가 불거지자 자회사 배당을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총선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시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년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거듭해가며 석유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이 조치가 축소될 경우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스크랩 0
편집인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