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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3-14 1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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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정치외압에 굴복?...스포츠 진행자 리네커 출연정지 논란
내용

 

입력2023.03.13. 오전 10:07   수정2023.03.13. 오전 10:09

 


영국 BBC가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판한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 게리 리네커의 출연을 정지시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BBC는 리네커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회사 지침을 위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11일 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하이라이트 중계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 진행에서 하차시켰습니다.

잉글랜드 축구 간판선수였던 리네커는 1999년부터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리네커는 영국 정부가 불법 이주민에겐 난민 신청을 불허하고 추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1930년대 나치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860만 명입니다.

이에 난민 정책을 발표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비극을 축소하며, 개인적으로 남편이 유대인인 나에겐 불쾌한 일"이라고 비판하는 등 집권 보수당 정치인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일각에선 BBC 진행자인 리네커의 발언이 BBC의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리네커는 BBC 정식 직원이 아니고 뉴스나 정치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으므로 BBC의 소셜미디어 이용 기준을 엄격하게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이에 BBC는 소셜 미디어 활동 관련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리네커 출연을 정지한다고 방송 전날 전격 발표했습니다.

앞서 리네커는 "BBC 징계가 두렵지 않다"며 "11일에 평소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스포츠 전문가들도 잇따라 방송 출연을 거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전날 '매치 오브 더 데이'가 처음으로 출연진 없이 단축 방송됐고 12일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들도 전문가 분석 없이 나가거나 녹화로 진행됐습니다.

다만 전날 '매치 오브 더 데이' 시청자는 258만 명으로 전주보다 약 50만 명 늘었습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방송 차질에 사과했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압박에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텼습니다.

마크 톰슨 전 BBC 사장은 리네커가 기술적으로 공정성 규칙을 어겼지만, 스포츠 프로그램에는 회색 영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축구 경기장 관중석에는 리네커 지지 문구가 등장했고 1930년대 나치를 피해 온 유대인 난민의 딸이 그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가열되자 총리를 포함해 정치인들도 말을 보태고 있습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리네커의 발언을 비판하고, BBC의 공정성과 독립성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리시 수낵 총리는 사태가 적절한 시기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이는 정부가 아니라 BBC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노동당은 BBC가 보수당 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BBC간 접촉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오르고 비판적 여론이 확대하고 있습니다.

샤프 회장은 임명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대출을 도와준 일로 최근 사임 압박을 받았으며, BBC 안팎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타임스는 샤프 회장과 리네커를 다르게 대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의혹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12일 보도에서 리네커를 방송 출연에서 배제한 조치가 "토리당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직 BBC 사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어 "BBC에게는 이번 사태가 공정성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언론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BBC는 "런던 BBC 본사 외부에는 전직 BBC 프로듀서였으며 소설 '1984'의 저자인 조지 오웰의 동상이 서 있다"고 소개한 뒤 동상에는 "만약 자유가 어떤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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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근(sgl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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