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저 타격 가시화...韓 수출 22조원 증발

입력2022.11.17. 오전 6:01

 

수출경합도 높은 한일 제조업 부정적 영향 전망..."고부가가치 품목 R&D 지원 필요"일본 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으로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168억달러(22조2천900억원)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작년 4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8.9%, 올해 1분기 9.8%, 2분기 18.5%, 3분기 25.5%로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평균으로는 전년동기 대비 17.9% 급등했다.
 

주요국과의 제조업 수출경합도 비교 (사진=한경연)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일 제조업 수출 경합도가 주요국 중 가장 높으며, 초엔저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9월 누계 기준 168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출경합도란 두 나라의 수출구조의 유사성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0에서 100의 값을 가지는데, 두 나라의 수출구조가 똑같을 경우 100, 전혀 다를 경우 0의 값을 가진다. 값이 높을수록 수출구조가 유사하다. 한일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다는 것은 일본이 미국, 독일, 중국, 영국, 대만보다 제조업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품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저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자동차·철강업계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경연은 한일 제조업 수출경합도가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국내 수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엔저 장기화는 국내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p 상승(엔화가 1%p 절하)하면, 우리나라 수출가격은 0.41%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20%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출금액 증가율은 0.61%p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에 비해 엔달러 환율 초과 상승이 없었을 경우 한국 수출액 추정 그래프 (사진=한경연)
올해 1~3분기 중 엔달러 환율 상승률은 17.91%로 원달러 환율 상승률 12.05%에 비해 5.8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추산결과 엔달러 환율 초과 상승이 없었을 경우 9월 누계 수출액은 5417억달러(118조200억원)지만 실제 수출액은 1249억달러(165조5500억원)다. 엔달러 환율 추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 감소액이 168달러인 셈이다. 이는 한국 9월 누계 무역적자 288억9천달러( 38조2천400억원)의 58.2%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경연 이상호 경제조사팀 팀장은 “최근 엔저가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며 “엔저가 장기화할수록 국내 수출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에 대한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초엔저 양상이 심화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수출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일본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며 “초엔저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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