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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2-09-05 12: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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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 시대’ 열리나…오늘 새 총리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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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 시대’ 열리나…오늘 새 총리 당선자 발표

입력2022.09.05. 오전 4:09 /수정2022.09.05. 오전 10:34

 

한국시간 오늘 밤 발표…리즈 트러스 유력
감세와 對러 강경책 내세운 여성 정치인
대처·메이 이어 세번째 여성 총리될 듯

영국 보수당 당수 선거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왼쪽) 현 외무장관과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뉴시스
대처의 뒤를 잇는 ‘강경 보수’ 여성 총리냐, 영국 최초의 인도계 ‘엘리트’ 총리냐.

보리스 존슨의 뒤를 이어 영국을 이끌 새 총리를 뽑는 보수당 대표(당수) 경선 결과가 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발표된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도 맡는다.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과 리시 수낙(42) 전 재무부 장관 두 사람을 후보로 놓고 약 16만명의 영국 보수당원들이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투표를 했다. 지난 주말 내내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4일(현지시각) 현재 보수당 선거관리 위원회의 최종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이변이 없는 한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 10여명의 후보 중 최종 후보 2명을 걸러내기 위해 총 5차례 벌어진 당 소속 하원의원(총 350여명) 대상 ‘당내 의원 투표’에선 수낙 전 장관이 계속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서는 트러스 장관이 압도적 우세를 보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초 영국 일간 더타임스 여론 조사에서 트러스 장관에 대한 보수 당원의 지지율은 60%로, 수낙 전 장관(26%)의 두 배에 달했다.

트러스 장관은 감세(減稅)를 통한 경기 부양, 대(對)러·대중 강경책 고수, 브렉시트 적극 옹호 등 보수우파의 색깔이 분명한 정책으로 평당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보수당 내에서 존슨 전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높아지고 내각 구성원들이 사표를 내던질 때 끝까지 존슨 총리를 옹호,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정까지 받았다. 여러 면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노선을 추구한다.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되면 대처와 테리사 메이에 이어 역대 세번째 여성 영국 총리가 된다. 40대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수낙 전 장관은 명석하고 정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인도계라는 혈통에 옥스포드·스탠퍼드에서 수학하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일했다는 ‘엘리트’ 이미지가 약점이다. 여기에 “균형 재정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놓고, 정작 자신의 아내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 ‘꼼수’를 써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았다. 존슨 총리가 사퇴 압박을 받던 7월 초에는 그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앞장서 사표를 제출했다가 ‘배신자’ 낙인까지 찍힌 상황이다.

이번 경선 자체가 지난 7월초 내각의 신임을 잃은 존슨 총리가 당수 자리에서 사임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봉쇄 중에 총리실 직원들의 술 파티 자리에 수차례 참석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었다. 이 와중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여려차례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측근의 성 비위를 알면서도 당내 원내 부총무에 임명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존슨 총리는 당시 당수에서만 물러나 총리직을 계속 맡아왔다. 그는 5일로 임기를 끝내고, 새로 선출된 당수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게 된다. 존슨 총리가 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해 사임을 알리면, 여왕이 이를 수락한 뒤 새 집권당 당수를 불러 총리에 임명하고 내각 구성을 요청한다. 이로써 여왕이 재임 중 맞이한 총리는 총 15명으로 늘어난다. 여왕은 그동안 런던 버킹엄궁에서 총리들을 만났으나, 이번에는 고령으로 인한 거동 문제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새 총리를 접견할 예정이다.

새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처부터 물가 급등, 에너지 공급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 물가와 에너지 요금 급등에 따른 생계비 대책이 급하다. 다음달(10월)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요금이 80%가량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두자릿수에 들어섰고,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4분기 경기 침체 가능성도 예고한 상황이다. 실질 임금의 급격한 하락 여파로 철도와 지하철, 버스, 쓰레기 수거 등 공공 부문 파업마저 잇따르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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