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정책 부족' 지적 속 부총리·외교·상무장관 연일 美대표단 면담
23일 만난 라지 수브라마니암 USCBC 위원장(왼쪽)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제 방향타' 3중전회에서 눈에 띄는 투자 유치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경제·외교 당국자들이 미국 기업계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4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라지 수브라마니암(페덱스 CEO) 미중무역위원회(USCBC) 위원장을 만나 지난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결과를 설명했다.
왕 부장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 보증서고, 개방은 중국식 현대화의 선명한 표식"이라며 "중국은 대외 개방의 기본 국책(國策)을 견지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 체제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자 진입의 '뺄셈'(문턱 낮추기)과 경영 환경 개선의 '덧셈'을 잘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포함한 각국 기업이 계속 중국 시장을 다지면서 발전 기회를 함께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는 "왕 부장이 전날 회의에서 미국 기업의 구체적인 우려에 하나하나 응답했고, 경제·무역 영역에서 국가 안보의 경계,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등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또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브라마니암 위원장은 "중국은 진일보한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세계에 발신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며 "경제·무역 협력은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힘으로 미중무역전국위원회와 회원 기업들은 양국의 협력 확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전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1% 줄어든 4천989억1천만위안(약 94조8천600억원)에 그쳤다. 1∼2월(작년 대비 19.9% 감소)에 비해 1∼4월(27.9% 감소), 1∼6월(29.1% 감소) 낙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한 중국 당국으로선 부동산시장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 FDI까지 줄면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시진핑 3기' 경제 방향을 설정한 최근 20기 3중전회에선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산업 목록을 확대하겠다는 등 그간 당국이 여러 차례 거론해온 입장을 반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3중전회 결과를 직접 듣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미중무역전국위원회와 미국 기업인들을 잇달아 만나며 이들의 투자 심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지난 22일 미중무역전국위원회 대표단을 만나 위원회와 회원사가 각자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을 겨냥한 경제·무역·기술 억압 중단과 장애물의 효과적인 해결 등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주임이 미국 대표들의 발언을 진지하게 듣고 그들이 관심 갖는 문제에 일일이 답했다"며 '성의'를 강조했다.
중국 경제 정책 '실세'로 통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같은 날 미국 기업 대표단을 만나 3중전회 결과를 소개하면서 중국 경제 상황과 대외 개방정책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오후 많은 미국 기업 대표들이 중국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인민대회당에 1시간 일찍 와 기다렸다"며 "미국 기업 대표들은 중국의 다음 개혁·개방 방향을 배우기를 열망하고 이는 중국 시장이 언제나 매력으로 가득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