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4-02-21 11:11:02
0 8 0
[사회] 중증환자들 “우리는 ‘을’…너무 무서워 간호사 붙잡고 하소연”
내용

입력2024.02.21. 오전 10:59  수정2024.02.21. 오전 11:07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
“의협·정부 모두 우릴 이용하려고만”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대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 취소 등 진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중증 환자들이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을의 입장”이라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 모두 환자들의 소리를 이용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21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진료 차질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 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아토피중증연합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췌장암환우회 등 6개 환자 단체가 속해 있다.

전국 100개 병원에서 전공의(인턴·레지전트) 8816명(20일 밤 10시 기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7813명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 진료 거부로 6개월간 대기한 환자 수술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장 급하게 해야 하는 수술을 제외하고 20일 하루에만 평소보다 수술을 30%가량 줄였고, 서울성모병원도 위중등도에 따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 등에 대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군 병원 12곳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후 경북 포항에 있는 해군포항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민간인 환자가 올 것에 대비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안 이사는 “중증 환자들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언제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행위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연합회 쪽으로) 환자들이 전화가 와서 ‘너무 힘들고 외롭고 무섭고 공허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순번 안에 들어갔었는데도 불구하고 문자 하나, 전화 한 통화로 당연한 것처럼 (진료나 수술이) 미뤄진 상태”라며 “사회에 대한 원망이 가장 먼저 (환자의) 몸을 해치고 건강에 정말 악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안 이사는 “환자들은 을의 입장”이라며 “의협이나 정부 모두 환자들의 소리를 이용하려고 하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앞두고 연합회 쪽에 어떤 통보나 공문조차 없었다는 게 안 이사의 주장이다. “중증 환자들은 본인들이 치료받던 병원의 간호사를 붙들고 하소연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안 이사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 이사는 의협에 “생명을 중시 여겨달라”고, 정부에는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있다”고 강조하며 양쪽의 대화를 요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스크랩 0
편집인2024-08-21
편집인202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