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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3-04 08: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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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 올인이냐, 네트워크 투자냐… 고민 깊어진 통신업계
내용

입력2024.03.03. 오후 4:53  수정2024.03.03. 오후 8:11

 

'MWC 2024' 최대화두 AI… 6G 콘퍼런스 2차례 그쳐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플랫폼·SNS 배만 불려" 자조

5G 수익 기대에 못 미쳐… 3사, 수익·성장 균형 고심


'수익성 우선' vs '네트워크 계속 진화해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4'에는 5년 만에 10만명 넘는 참관객이 찾으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B2B(기업간거래) 무선통신 영역을 넘어 전세계 화두인 'AI(인공지능)'가 올해 MWC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미국 CES, 독일 IFA와 함께 세계 3대 테크 전시회로 꼽히는 MWC에는 전 세계 205개국에서 2700여개 기업, 10만1000명이 몰려 기술 경연을 뽐내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았다. MWC 참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관련 기업이 아닐 정도로 산업군이 다양해졌다.

통신사들은 투자와 성장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까를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GSMA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에서 5G 비중이 2029년 51%에 달할 전망이다. 1월 기준 101개국 261개 사업자가 5G 상용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이 중 47곳만 5G SA(스탠드얼론)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오는 2030년 6G 상용화를 앞두고 향후 6년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모바일 매출 성장 둔화로 위기감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이동통신사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해놓으면 수익은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가 얻으면서 그간 통신업계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MWC에서도 보다폰, 텔레포니카, 오랑주,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통신사들이 주파수 할당 등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은 "유럽 통신사의 60% 이상이 자본투자 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히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MWC에서는 5G 어드밴스드나 6G보다는 온통 'AI'가 화제였다. 6G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도 두 개에 그쳤다. AI폰, 폴더블폰을 비롯해 반지, 핀같이 온디바이스 AI를 결합한 차세대 AI 기기들이 전면에 등장했고, UAM(도심항공교통), 플라잉카 등 차세대 모빌리티도 전시장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조연'에 머무르며 성장성에 목마른 통신사들이 AI라는 새 기회 앞에서 주연이 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AI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글로벌 협력을 다졌다. SK텔레콤이 독일 도이치텔레콤, 아랍에미리트 이앤그룹, 싱가포르 싱텔그룹,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텔코 특화 LLM(거대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GTAA(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발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에릭슨, 노키아,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등과 'AI-무선접속망(RAN) 얼라이언스' 창립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화웨이, 에릭슨 등 통신장비 기업들은 '네트워크 진화'를 외쳤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모바일 백홀, 엔터프라이즈 캠퍼스, 컨버지드 전송,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넷 5.5G용' 제품과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네트워크는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AI를 적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기지국 전력 소모 절감 기술 등 비용 효율화를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5G 특화망에서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NTN(비지상 네트워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상파 네트워크를 보완하면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통신이 부상하면서 재난 시에도 통신을 이어갈 수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도 관심을 모았다. 스타링크는 MWC 행사장 외부에 별도 전시관을 꾸려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미·중 갈등 속에 지난 1월 열린 CES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던 중국 기업들은 최신 기술을 들고 와 '기술 굴기'를 과시했다. 특히 샤오미는 'SU7'으로 미국 애플이 포기한 전기차를 보란 듯이 전시하며, 차부터 집, 스마트폰까지 생태계를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13년째 MWC를 찾았다는 최재홍 가천대 교수는 "2028년에 6G를 상용화해야 하지만 아직 5G로 수익을 얻은 기업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5G로 수익화가 어려운 만큼 텔코 LLM 등 AI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회사들이 생태계 확장 등 뛰어난 전략을 보이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다만 CES에서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 강조됐는데 MWC에서는 에너지 절감, 지속성, 보안 관련 이슈는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지난달 26~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최신 기술을 둘러보고 있다. 김나인 기자

MWC 2024 전시장 내 화웨이 부스. 김나인 기자

'MWC 2024' 외부 전시관에 마련된 스타링크 부스. 김나인 기자

GSMA 홈페이지 갈무리.

김나인 기자(silkni@dt.co.kr)

편집인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