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3.07. 오전 3:03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흔한 오해 중 하나가 치매가 병명이란 것이다. 하지만 치매는 병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뇌질환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직업 활동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100가지가 넘고 이 중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 내 아세틸콜린이 감소해 있지 않은, 즉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치매 환자가 사용하는 경우 이상 행동, 심한 소화기 장애, 감정 변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루이체치매나 피질하혈관치매에서 일부 효과가 있다며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원인의 치매에서는 사용되면 안 된다. 문제는 여전히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가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에서 내는 국책 연구 공고문에서도 혼동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치매 조기 진단’ 같은 표현이다. 치매는 이미 인지기능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대상이 아니다. ‘말기 암 조기 진단’이란 표현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 엄밀하게 말하면 ‘진단’의 대상도 아니다. 치매는 진단하는 게 아니고 판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 환자에게 치매를 유발한 질환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물론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쉽지 않고,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고가의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약물(알츠하이머병 인지기능 개선제)을 사용할 때는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이 아닐 가능성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과 효과를 잘 살펴야 한다. 언론 등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건 이제 ‘치매약’ 대신에 ‘알츠하이머병 약’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명칭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일반인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치매약으로 오해되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모든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인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치매라는 용어는 흔히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공포 마케팅’의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꼭 기억해 두면 좋겠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