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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3-28 12: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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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간토 대학살 "없었던 일처럼 말하지 마라" 日작가의 분투
내용

 

입력2023.03.28. 오전 10:03   수정2023.03.28. 오전 10:12

 

도쿄도가 위탁한 인권 기획전시회에 출품했지만 상영 중지 처분
기자회견·서명·성명서 제출하며 상영 요구…도지사는 요지부동

1일 이이야마 유키 작가가 도쿄도 총무국 인권부에 3만138명이 동참한 서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출처 : 이이야마 작가 트위터 @mmmeshi)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도쿄의 한 인권 기획전시회에서 간토 학살을 주제로 한 영상 작품 상영을 중지당한 미술작가가 경위 조사 및 사죄를 요구하는 3만 서명 등을 제출했다.

28일 일본 주간지 킨요비에 따르면 지난해 8~11월, 도쿄도(都)의 지정 시설 '도쿄도 인권 플라자'에서 진행된 기획전에서 이이야마 유키(飯山由貴) 작가의 작품 'In-Mates'(26분)가 상영 중지됐다.

작품에는 간토 대학살에 대해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학 교수가 "일본인이 조선인을 죽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도쿄도의 개입은 전시 준비 단계부터 시작됐다. 도 인권부 담당직원이 전시를 위탁받은 '인권계발 센터'에 "도에서는 이 역사 인식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후 센터는 해당 작품의 상영이 "곤란"하다고 결론지었다.

도쿄도의 상영 중지 조치는 도지사의 기조에 발 맞춘 '촌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016년까지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왔으나 2017년부터 그만뒀다.
 

1일 이이야마 유키 작가(중앙)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출처 : 이이야마 작가 트위터 @mmmeshi)

이에 이이야마 작가는 지난 10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악질적인 검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도지사의 태도를 직원들이 내면화했고, 조선인 학살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옳은 일이 돼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도노무라 교수는 "간토대지진 당시 아무런 죄도 없는 조선인이 박해받고 학살당한 것은 도가 간행하는 '도쿄 백년사'에도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 인권부에 "이름에 인권이 붙는 행정조직이 사회적 약자의 목숨을 빼앗은 행위에 대해 '문제'라고 확실히 못 박지 않고 '그런 사실이 있는지 어땠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아군'이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2월21일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간토 대학살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그는 "여러 내용이 사실(史実)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안다. 무엇이 명백한 사실(事実)인지는 역사가가 풀 문제"라는 애매한 답변만 남겼다.

이이야마 작가는 "이미 (역사가가) 풀어낸 사실을 없는 일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을 증언한 이들이나 조사·연구자의 업적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되받아쳤다.

권진영 기자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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