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3.29. 오전 6:01
원본보기 2022년 7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마친 율곡로는 지하화되었다. photo 뉴시스·네이버지도 원본보기
결국 지붕으로 겉보기에는 연결되었지만, 땅 깊숙이 파헤쳐 맥을 잘라버리는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 풍수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이것은 원래 복원 목적과도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0년 "율곡로가 민족정기를 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서울시는 옛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냥 돔 형태로 도로를 덮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원 공사는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朝鮮古蹟圖)'와 1907년 제작된 '동궐도(東闕圖)'의 모습과 복원 모양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변경된다. 당시 복원 모습이 옛 종묘 담장보다 높은 엉터리 복원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기존 도로 위에 돔 형태로 덮어서 숲을 만들 경우, 과거 조선 시대의 모습과는 달라진다는 주장이었다. 모양을 과거와 같게 만들려면 땅을 깎아내려야 했고, 결국 기존 왕복 4차선 도로를 6차선 지하도로로 바꾸고 위쪽에 녹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지하도로는 서울의 내청룡을 자르는 공사였다"라며 "한국의 수도(首都)인 서울의 핵심부 청룡을 자르는 것으로 왼쪽 손목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풍수에서 혈(穴), 특히 사세(四勢: 조산·안산·좌청룡·우백호)를 건드리는 것은 '금기'다. 혈(穴)은 생기(生氣)가 용을 따라 내려와 맺힌 곳으로 기(氣)가 모이는 곳이다. 음양택의 핵심을 이루는 지점이다. 고대로부터 지대가 높은 곳은 음택(陰宅·무덤을 사람 사는 곳에 비유)으로, 지대가 낮은 곳은 양택(陽宅·사람의 집터)으로 쓰였다. 영화 '파묘'에서 일제가 파괴하려 했던 곳은 한반도 허리의 '혈'이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풍수지리서 '금낭경(金囊經)'을 보면 "사세(四勢)란 조산·안산·좌청룡·우백호 등 4곳의 산(四山)을 뜻하는데 사산(四山) 가운데 한 산이라도 붕괴하면 흉지(凶地)의 부작용이 생긴다"라고 적혀 있다. '창덕궁 용맥에 화장실 설치' 비판도 전 회장은 "풍수에서 생기(生氣)가 따라 내려오는 산맥이 '용'과 같이 구불구불하고 기복이 있다고 해서 '용(龍)'이라 부른다"며 "흔히 '용이 저기서 내려온다'는 의미로 내룡(來龍)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궐에서 종묘로 연결되는 '용'이 잘린 것도 아쉬운데 특히 혈을 자른 것이 심각하다"고 했다. 율곡로 지하화 공사를 하면서 용맥을 끊은 것도 모자라 용맥에 화장실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회장은 "하필 왜 용맥이 지나는 곳 위에 화장실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궁궐은 풍수를 근거로 만들어졌는데, 풍수적 고려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창경궁과 붙어있는 창덕궁 낙선재 앞에는 화장실이 들어서 있는데 전 회장은 바로 그곳이 용맥이 흐르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과거부터 용맥 근처에 건물을 짓는 것은 금기였다. 자칫 용맥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역사적 근거도 있다. 창덕궁을 항공사진으로 보면 낙선재 화장실 근처 인정문 앞마당이 직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로 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용맥을 건드리지 않으려 한 것이 휘어진 이유라는 것이다. 세종 1년(1419년) 당시 상왕이었던 태종은 인정문 밖 마당이 반듯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창덕궁 건설을 지휘한 박자청을 하옥(下獄)했다. 박자청이 직사각형 마당을 만들지 못한 것은 혹시라도 용맥을 건드릴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변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직사각형 마당을 갖고 싶었던 태종도 용맥은 건드리지 못하고 기존 사다리꼴을 유지했다. 항공사진을 보면 애초에 용맥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건물 방향을 비틀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 회장은 "풍수를 믿고 안 믿고는 나중 문제고, 창덕궁 건립의 기본 취지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조선 왕조의 맥이 흐르는 곳에 왜 화장실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문화재청은 과거 화장실 건립 공사 당시 "문화재위원 등의 자문을 거쳐 관람객들의 사용이 용이하고 창덕궁 옛 건물 유구(遺構)가 없는 곳, 기존 시설물(산불진화용 저수조, 방공호)이 설치되어 자연 훼손이 최대한 적은 곳을 선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정현 기자 john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