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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4-03 11: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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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차세대 LED 기술 놓고 美서 韓 기업들 소송전… 포톤웨이브 “회사 존폐 위협”vs 서울반도체 “기술 특허 보호 조치”
내용

입력2024.04.03. 오전 11:03  수정2024.04.03. 오전 11:04

 

오는 2032년 11조 시장 UV-C LED 칩 생산기업 2곳, 해외서 법적 분쟁
국내 LED 1위 서울반도체 측, 美·유럽서 특허 소송 제기
“美 매출 미미한데 소송비만 수백억원… 스타트업 생사 달려”
서울반도체 “권리 보장 위한 합리적인 선택”
2020년에도 서울반도체 측 UV-C 소송으로 韓 중소기업 사업 포기 전력 있어



차세대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놓고 국내 LED 1위 기업인 서울반도체와 스타트업 포톤웨이브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UV(자외선)-C LED 칩을 생산하는 두 기업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다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내 한 중소기업은 서울반도체와 해외에서 법적분쟁을 겪고 UV-C LED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 소송으로 신생 경쟁 기업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기업의 합리적인 특허 보호 조치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UV-C LED는 살균과 소독에 효율이 높은 자외선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UV-A, UV-B보다 파장이 짧아 높은 출력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각종 가전기기와 자동차 냉난방공조 장치, 수처리 장치 등에 쓰인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UV-C LED 시장은 2022년 3억8120만달러(약 5150억원)에서 매년 36.6%씩 성장해 오는 2032년 81억달러(약 10조9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서울반도체 “원천 특허 5개 도용” vs 포톤웨이브 “특허 자체가 무효”


3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지법에 따르면, 포톤웨이브는 지난달 28일 서울반도체의 미국 자회사 나이텍(Nitek)이 제기한 UV-C LED 제품 관련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무효 항변서를 제출했다. 무효 항변은 서울반도체 측의 특허가 출원되기 전 이미 비슷한 기술이 출시돼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나이텍이 포톤웨이브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첫 반박 대응이다.

소송은 서울반도체 측이 포톤웨이브가 개발·판매하는 UV-C LED 제품에 회사의 원천 특허 5개가 도용됐다고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서울반도체의 또 다른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는 유럽 통합법원 파리지법에 포튼웨이브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포톤웨이브는 서울반도체 측이 문제 삼은 5개 기술은 2010년 초부터 삼성전자, LG이노텍 등이 원천 특허로 내놓은 기술의 개량 기술이며, 포톤웨이브는 이와 다른 개량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쉽게 의자에 비유하면, 다리와 수평부재라는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반도체 측은 팔걸이를 만들어 의자를 개량했고, 포톤웨이브는 등받이를 만들어 서로 다른 개량 의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포톤웨이브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전기 LED사업팀장, LG이노텍 LED연구소장 등을 거친 오명석 대표가 2016년 설립한 UV LED전문업체다.

반면 서울반도체 측은 “UV LED 개척 기업인 나이텍의 특허가 현재 UV LED 사업을 하지 않거나 후발주자인 다른 LED 업체의 특허와 개량 특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반도체가 2013년 인수한 나이텍은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LED 연구개발(R&D)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매출 비중 높은 아시아 대신 美서 소송 진행... “소규모 기업 불리”


이들의 소송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진행되는 점도 논란이다. 포톤웨이브의 UV-C LED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매출이 90%에 달한다. 서울반도체 측은 UV-C LED의 미국 매출 비중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판매량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막대한 소송비가 드는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해 소규모 기업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포톤웨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44억원인데, 미국 로펌에서는 이번 소송 대응에 500만~1000만달러(약 67억~13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명석 포톤웨이브 대표는 “지난 석달간 최소한의 소송 대응을 하는 데에만 30만달러 이상이 들었다”며 “미국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회사의 존폐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반도체 측은 특허 권리 보장이 강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나이텍은 규모는 작아도 미국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서울반도체 산하 또 다른 미국 LED 연구개발 업체인 세티(SETI)와 함께 수십년 전부터 UV LED 기술 개발에 매진한 개척 기업”이라며 “여러 차례 특허 침해 중지 요청에도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국가인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서울반도체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1조336억원이다.

유럽에서 서울반도체 측이 유통사를 상대로 제소한 소송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사는 실제 제품의 제조사인 포톤웨이브가 소송 과정에 참여해 대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반도체 측은 포톤웨이브를 소송에 참여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포톤웨이브가 소송 참여와 일정 연기를 동시에 요청해 소송의 빠른 처리를 위해 거부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포톤웨이브는 서울반도체 측과 대화를 요청하고 있으나, 서울반도체 측은 “서울반도체 자회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모회사인 서울반도체가 포톤웨이브를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서울반도체 측은 “소송이 진행되기 전 경고장을 보냈는데도 소송이 진행되고 난 후 만나서 대화하는 건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반도체 측은 2020년 국내 기업인 에스엘바이오를 상대로도 미국에서 UV-C LED 관련 소송을 벌였다. 당시에도 제조사 에스엘바이오가 아닌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통업체가 에스엘바이오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합의하면서 소송은 자동으로 종결됐다. 이를 두고 서울반도체 측은 특허 침해가 인정돼 소송에서 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에스엘바이오 측은 유통업체가 대상이 된 소송 종결과 특허 침해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반박한다. 이 회사는 결국 UV LED 사업을 접었다.
 

최지희 기자 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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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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