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3.30. 오전 3:03 수정2023.03.30. 오전 9:01
공화 상원의원 14명, 상무장관에
“경쟁력 저하 부작용 초래” 서한
바이든 “반도체법 무력화 좌시 안해”
의원들 “IRA 한일 피해 없게” 편지
반도체 공장 찾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8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반도체 생산업체 ‘울프스피드’ 공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조만간 재선 도전을 선언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3주간 자신의 정책 입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20여 개 주를 순회한다. 더럼=AP 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수율과 생산량 등 핵심 기밀 공개를 요구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최근 상무부에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넘어선 과도한 요구를 (기업들에) 하고 있다”며 반도체 보조금 조건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초당적 지지 속에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 시행을 앞두고 공화당 일각에서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제공을 걸고 나선 것.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반도체법을 폐기하려 한다”며 보조금 조건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공화당 의원들 “과도한 보조금 조건은 월권”
미국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14명은 22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불필요하고 당파적인 반도체 보조금 조건을 즉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상무부가 공개한 보조금 기준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용을 높이고 경쟁력을 떨어뜨려 의회가 반도체법을 제정한 의도와 반대되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조건들이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며 (반도체 제조)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특히 반도체 보조금 조건 중 ‘초과이익 공유’ 조항에 대해 “초과이익에 대한 압류는 법안에서 고려된 정책이 아니다. 이 조항은 반도체 기업들이 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수익 전망을 부풀리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 관련 세부지침에서 기업들에 반도체 수율과 판매 가격 정보 등을 요구하며 수익이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경우 지급된 보조금의 최대 75%를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자사주 매입 금지와 보육시설 설치, 노동조합 설립 의무화, 취약계층 채용계획 요구,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등의 조건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확장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가드레일 조항은 한국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동아시아 기업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기로에 서게 해 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사설에서 “반도체법이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후 미 반도체 보조금 신청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엑셀을 요구하고 신청서가 너무 힘들던데…”라며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 바이든 “반도체법 무효화 시도 좌시 않을 것”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가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을 찾아 “취임 이후 미국 제조업에 4350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전역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회사에 왜 미국에 공장을 짓기를 원하는지 물었더니 ‘미국은 세계 최고의 노동자가 있는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공화당원은 반도체법을 폐기하고 바이오 제조업,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의 투자를 막으려 한다. 공화당이 반도체법을 무효화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와 관련된 미국 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연방하원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계인 영 김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과도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민주당에서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IRA 전기차 배터리 광물 규정 발표를 앞두고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를 보조금 수혜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미일 광물협정을 맺은 것에 대해 “(이 같은) 미일 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