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09. 오전 6:57
그런데 A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가서 정밀 검진을 받다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됐다. 그로 인해 '쿠싱병'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뇌하수체는 '코 바로 뒤쪽 위, 뇌의 중앙'에 있는 콩알 크기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호르몬 관제탑'으로 불린다.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각종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조절한다. 이곳에 종양이 생겨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를 쿠싱병이라고 한다. 코르티솔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과다하게 분비될 수 있으며, 쿠싱병을 포함해 이로 인한 모든 병을 '쿠싱증후군'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2013∼2022)를 보면, 매년 4500∼5500명 정도가 쿠싱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았다. 2022년 뇌종양 진료 건수는 양성 환자가 약 5만 5000명, 악성 환자는 약 1만 2000명이다. 뇌하수체 종양은 악성 뇌종양 중에서 15∼20%를 차지한다. 학계는 쿠싱증후군 유병률을 인구의 약 1%인 50만명 내외로 보고 있다. 쿠싱병은 인구 100만명 당 40∼70명 정도로 추정된다. 쿠싱증후군의 하나…심뇌혈관 합병증 심각 대한내분비학회의 분과연구회의 하나인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에 따르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응해 신체를 안정시키고 방어 능력을 강화해 주는 호르몬이다. 인체의 에너지 활용 능력을 끌어올리고, 고통을 덜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이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장기간 지속된 경우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즉 복부 비만과 함께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뿐만 아니라 골다공증까지 유발한다.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심장질환, 심부전, 뇌혈관 장애 등이 주로 나타난다. 심뇌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까지 커진다. 치료가 늦어지면 쿠싱병 자체는 완전히 낫더라도 혈관 합병증은 이후에도 몇 년간 지속돼 뇌경색과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계속된다. 쿠싱병 환자는 외관상 평범한 비만 환자와 비슷하다. 일단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다. 증세가 진행되어 심해지면 얼굴이 달처럼 부어오르는 '월상안'(moon face), 목뒤에 들소의 목덜미같이 지방 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는 '버팔로 험프'(Buffalo's hump)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지만 질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일반 복부비만이나 '살이 찌거나 몸이 붓는' 다른 질환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발병 후 진단까지 4∼5년…초기에는 잘 몰라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쿠싱병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단 및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증상이 나타난 뒤 평균 4~5년에 이른다. 증상과 병의 특징을 잘 모르다 보니 초기에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경내분비연구회는 "아랫배가 크게 찌는 중심성 비만이 있으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과 같은 복합적 질환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쿠싱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코르티솔 수치를 먼저 확인하여 쿠싱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선별검사법인 덱사메타손 억제 검사를 시행한다. 검사 전날 저녁에 강력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덱사메타손 1㎎을 투여한 후, 다음 날 아침에 혈청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와 소변에 포함된 코르티솔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를 한다. 이 검사 결과에서 쿠싱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쿠싱병 확인을 위한 고용량 검사와 원인 진단을 시행한다. 쿠싱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수술 및 약물 복용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뇌하수체 종양을 수술한 후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를 추가 시행한다. 최근에는 원인이 되는 뇌하수체 종양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도 개발되는 등 치료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 박효순 anytoc@korme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