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09. 오전 5:31
호황기 무리한 대출에 부실 우려 은행권 이번주 자체조사 돌입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금융금독원이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 담보대출 중 ‘담보 가치 부풀리기’ 사례를 본격 점검한다.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등에서 관련 금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호황기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 실적 경쟁을 벌이면서 비슷한 형태의 대출이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대출이 자칫 은행들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 담보대출의 ‘담보 가치 부풀리기’ 사례 조사를 위해 각 은행별로 사례 추출(샘플링) 기준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상업용 부동산이나 토지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은행별로 담보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출된 자료 검토를 마치면 각 은행들은 이를 토대로 자체 조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일부 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이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전 은행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담보 가치 부풀리기 점검에 나선 것은 각 은행이 부동산 시장 호황기 실적 경쟁 속에 담보 가치보다 무리하게 대출을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서는 각각 100억 원대 규모의 부동산 담보 가치 부풀리기 배임 사고가 1주일 간격으로 일어났다. 금감원이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선 것은 아파트 등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거래 내역 전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점검이 용이하지만 상가나 토지 대출의 경우 그렇지 않아서다. 게다가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의 경우 은행별로 가치 평가 기준과 방식도 달라 통상적인 방식으로 점검하기도 쉽지 않았다. 금감원이 조사에 앞서 은행별로 사례 추출을 위한 자체 기준을 먼저 수립하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은행들의 과도한 담보 가치 부풀리기가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전후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 은행들이 대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제보다 담보 가치를 높게 잡아 무리하게 대출을 내줬다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기존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대출을 더 내줬다면 현재는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화를 피할 길이 없다”며 “담보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상업용 부동산들 중에서도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은 상가·지식산업센터 등의 위험도가 더 높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한 지점 직원이 지식산업센터 상가 가치를 부풀려서 실제보다 대출을 더 내준 건이었다. 미분양인 상가에 대한 할인 분양 건임에도 은행이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대출을 내줬다. 금감원은 △대출 규모가 크거나 많은 대출 건을 취급한 점포 △거래가액 등락이 심한 지역 내 점포 △현재 부동산 거래 가격이 과거 대비 현저히 하락한 지역 내 점포를 중심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 직후 지난달까지 진행한 점검은 은행별 담보대출 전산 시스템과 내부통제 마련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번 건은 별도로 진행하는 추가 점검 사항”이라며 “다음 달 말까지 점검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중섭 기자(jseop@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