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10. 오전 8:11 수정2024.04.10. 오전 8:12
10일 물류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이커머스 물동량은 5633만 박스였는데, 이중 3000만 박스가 알리 물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에만 알리 물량 1400만박스를 처리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월 평균 500만~600만 상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알리의 한국산 상품 채널인 케이베뉴(K-Venue)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월 800만 상자까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진이 운송을 맡고 있는 테무 역시 국내에서 빠르게 물동량을 늘리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83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이는 결국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알리와 테무를 놓치면 이커머스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직접배송을 하고 있는 관계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각각 알리와 테무를 놓칠 수 없다. 즉 쿠팡이 직접배송을 시작한 이후 국내 택배사들의 점유율이 줄고 있었는데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이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이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내다본다. 주계약 변경 시 물류설비,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해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계약 연장에 힘이 쏠리기도 한다. '도착 보장 서비스' 등을 원활히 제공하고 택배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통제하려면 변경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예상되지만 소형 택배에 특화한 MP(멀티포인트), 메가 허브 터미널의 경쟁력, 통관 시스템을 보유한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알리는 CJ대한통운과 우호적인 관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물류량이 늘어나는 만큼 비율 조정은 가능하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알리 물량 중 CJ대한통운이 80%, 나머지를 한진과 우체국이 각각 맡고 있다. 테무 국내 배송은 한진이 대부분 처리하는데, 물량이 증가하면 이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알리와 테무의 경쟁입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물류량 처리 능력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중국발 직구 물량의 99%가 인천항·평택항·인천공항을 통과한다. 이곳을 지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인천국제특송센터(ICC)를, 한진은 인천공항 국제물류센터(GDC)를 각각 두고 있다. 두 회사는 이들 터미널의 물류 처리 능력을 2~3배 높일 계획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택배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물량을 중국계 이커머스 물량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며 "중국발 이커머스는 물건당 단가가 저렴해 소비되는 품목 개수는 많으므로 택배 업체가 처리하는 물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