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사고 모두 같은 제조사 제품
제조사 “수명 다 된 것…제품은 이상 없어”보조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사고가 난 배터리는 동일한 업체가 수입하고 있는데, 업체 측에서는 제품 이상은 없다는 입장이라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는 [OK! 제보]코너에서 "지난 8일 오후 1시경 경북 경주시의 한 차량에서 보조배터리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차량 주인이 차 안에 보조배터리를 내려놓는 순간 ‘치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더니 폭발한 것이다. 이 사고로 차량 보조석 시트와 문에 불이 붙었고, 차량 일부분이 녹아내렸다. 당시 보조배터리는 휴대전화나 충전기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5일에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충전 중인 보조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시,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에서도 같은 제품이 폭발했다. 파주시 폭발 사고 피해자는 “불길이 1m 이상 높이로 치솟으며 보조배터리가 7조각 정도로 나뉘며 폭발했고,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D사가 제조한 ‘카카오 프렌즈 사각 PD 20W 포켓 퀵 보조배터리 10000mAh’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약 40만 개가 팔린 해당 제품은 D사를 통해서만 수입되고 있다. D사는 카카오와 캐릭터 라이선스를 계약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이들 5건의 사고 중 2건은 보조배터리가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발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폭발 전에 보조배터리가 부풀거나 고장이 나는 등 전조 현상이 없었고, 제품에 큰 충격이 가해진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5명 중 4명은 2021년쯤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아 사용했다. 피해자 중 A씨만 2023년에 선물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D사는 2건의 폭발 사고에서 잔해를 수거, 폭발 원인이 ‘제품 노화’라고 결론 내린 소견서를 발급했다. 제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출고 전에 낙하 테스트와 에이징이라는 공정 등을 거친다”면서 “오히려 안전성 확보를 위해 타사에 비해 비용을 더 들이고 있는데, 다른 업체들은 재검사나 인증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는 자사가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제품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안전 인증을 받았으며,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이어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충격, 과충전 기타 환경의 다양한 요인으로 제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큰 제조사 제품도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고,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제품은 불량이 0.04% 정도 발생했다”면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유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해서 지속적인 유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D사 관계자는 "10000mAh 보조배터리는 통상적으로 2년 혹은 방전된 후 250~300회 충전하면 수명이 다하는 것”이라며 “이외에 사용 환경과 충격 여부에 따라 수명이 더 짧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2년 이상을 사용했다는 것은 제품이 괜찮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제품 상세 페이지를 다시 확인해봐도 보조배터리 수명이나 사용횟수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 사용 기한과 횟수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래 해당 문구가 있었으나 상세 페이지를 새로 바꾸면서 문구가 사라진 것으로 안다”면서 "사용 환경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재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보조배터리 수명을 기재하면 경쟁사와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D사 관계자는 “피해자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품 특성과 사용기한 등을 공식적으로 공지·안내하고자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품질과 사용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 측은 “카카오는 라이선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뿐 제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사에 있다”면서 “라이선스 제품 관련 사고가 생기는 경우 사고 경과를 점검하고 조치하도록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라이선스 계약 체결 기준에 대해서는 “기술력, 안전성 등 생산 관련된 제반 사항은 물론 고객서비스부서(CS)운영 여부, 배상 과정 등 판매 후 사후 책임까지 다양한 항목을 철저하게 심사 후 선정한다”면서 “보조배터리 폭발 사고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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