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10. 오전 7:00 수정2024.04.10. 오전 7:01
엔비디아 판 흔들고 추론 시장 겨냥네이버에서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핵심 임원들이 인텔과 손잡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엔비디아가 장악한 반도체 시장을 흔들어 AI 서비스 중심으로 판을 바꾸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담당 이사,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등 AI 핵심 인력들은 최근 ‘인텔 비전 2024’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했다. 인텔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모든 곳에 AI를 가져오다(Bringing AI Everywhere)’를 주제로 기술 컨퍼런스를 열었다. 양사 관계자들은 컨퍼런스에서 협업을 최종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양사는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텔이 개발한 AI 전용 칩 ‘가우디’를 기반으로 개발 SW를 공동 구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엔비디아가 자체 AI 칩과 AI 개발 플랫폼 ‘쿠다’를 한 데 묶어 시장을 장악했듯 HW와 SW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손잡은 곳은 인텔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는 AI 추론용 칩 ‘마하1’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네이버가 핵심 SW 설계를 맡았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데이터 병목(지연)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전력 효율을 8배 높인 제품"이라고 마하1을 소개했다. 올해 성능 검증 등 안정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AI를 잘 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에서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AI에 최적화한 칩을 개발하려면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 칩은 사실상 범용 제품이고 앞으로는 특정 분야에 특정 기능을 하는 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스펙은 칩을 쓰는 회사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네이버도 AI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맞춤형 칩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에게 지체 없이 서비스하려면 추론용 반도체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학습용 반도체와 달리 추론용 반도체는 속도와 비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네이버를 포함해 대부분의 IT 회사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학습과 추론 구분 없이 엔비디아의 칩을 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중심 축은 학습용에서 추론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추론용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추론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억달러(약 8조원)에서 2030년 1430억달러(약 19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AI 반도체 중 추론용 비중이 78%로 학습용(22%)의 3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AI 대중화를 위해선 전력 소모나 비용을 줄인 추론용이 확대돼야 한다"며 "온디바이스나 서버용도 다 추론용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反) 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AI 서비스 업체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구매 협상력이 떨어질뿐 아니라 AI 개발 자체가 종속된다. 자체 모델에 최적화한 SW 기술이 아닌 칩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W 기술로 AI 모델을 경량화해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칩에선 오히려 속도가 느려진다"며 "엔비디아가 자체 기준으로 칩 성능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실제 적용해보면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