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11. 오후 7:15
한미반도체는 11일 마이크론에 HBM 제조용 '듀얼 TC본더 타이거' 장비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226억원으로 오는 7월 8일까지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와 '듀얼 TC본더'를 공동 개발한 뒤 현재까지 공급해 왔다. 이어 7년여 만에 마이크론과 TC본더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세계 D램 제조기업을 모두 고객사로 모시게 됐다. HBM은 D램 다이(반도체 회로 단위)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마이크론은 TC 기반 비전도성접착필름(NCF) 공정을 적용한다. 다이 사이에 NCF를 깔고 다리미와 같이 열과 압력을 가해 접착하는 방식이다. 한미반도체의 기존 고객사인 SK하이닉스는 독자 개발한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 MUF)' 방식으로 HBM을 만든다. D램 다이를 납땜 방식으로 결합한 다음 남은 공간을 '언더필'이라는 합착 소재로 채운다. 마이크론의 HBM 제조 방식이 SK하이닉스와 다르기 때문에 한미반도체는 새로운 타이거 장비를 지난 1일 출시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타이거 장비는 사양 등이 고객사에 맞게 변경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TC NCF 공정에 맞춰 개발된 장비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일찍이 HBM 제조 장비 분야에서 협력해 오며 안정적인 공급 실적을 쌓았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4세대)를 독점 공급하면서 이러한 강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HBM3E(5세대)부터는 네덜란드 장비 기업인 베시를 밀어내고 SK하이닉스의 핵심 TC본더 공급사로 위상을 높였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뒤늦게 HBM 양산 준비에 나섰지만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고 각각을 수직으로 관통시켜 직접 연결하는 특수 공정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크론이 핵심 장비를 생산해 온 한미반도체를 찾았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HBM3 개발을 건너뛰고 곧바로 HBM3E 양산에 직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HBM3 양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초반 생산과정에서 수율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TSMC, 엔비디아로 이어지는 HBM 공급망에서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증명했기 때문에 장비 도입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 2월 HBM3E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의 HBM 생산량 확대를 모색하는 만큼 한미반도체의 추가 수주 기회가 존재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론도 내년 HBM 생산량의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향후 D램 점유율인 약 20%에서 30% 수준으로 HBM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반도체원판(웨이퍼) 환산 기준으로 한 달에 약 3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4만5000장 수준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족하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은 지난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생산량이 매진됐고 내년 생산량도 대부분 할당됐다고 밝혔다"며 "이를 통해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한미반도체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진솔 기자(jinsol@bloter.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