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3.31. 오전 11:19 수정2023.03.31. 오전 11:58
2011년 대지진 후 부식·변형
핵연료 콘크리트벽 손상 가능성
440t 압력용기 무너질 수도
내부엔 고농도 오염수 절반 이상
해당 오염수 방출 여부에 촉각
일본 도쿄(東京)전력이 30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로 본체(원자로 압력용기)를 지탱하는 원통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인 페디스털 내부를 처음으로 촬영해 사진을 공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뒤 12년 만에 확인한 페디스털 내부의 철근은 부식을 넘어 변형되었고 내부 바닥에는 핵연료 찌꺼기(데브리)로 추정되는 대형 덩어리가 쌓여 있었다. 페디스털 내에는 고농도 오염수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한국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해당 오염수의 외부 유출 여부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내부 손상이 심화할 경우 페디스털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도쿄·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도쿄전력이 촬영한 사진을 인용, 페디스털 내벽 일부가 녹아내려 바닥에 대형 덩어리가 생기고 내부 벽면 철근이 노출되다 못해 일부 변형되는 등 손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3월 원전 가동이 중지되면서 원자로 내의 열을 감당하지 못해 방사능 물질로 만들어진 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 때 핵연료 열로 콘크리트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번 촬영은 도쿄전력이 지난 29일부터 수중 로봇을 활용해 촬영했으며, 1호기 원자로 바닥 표본 조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이다.
도쿄신문은 “사고 때 녹아내린 데브리의 열로 콘크리트가 녹았을 가능성이 높고 손상이 심하면 440t가량 되는 압력용기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측 후쿠시마 제1원전 담당자는 이런 위험성에 대해 “향후 상세한 해석을 통해 내진성을 평가하겠다”고만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속 880t에 달하는 ‘핵연료 파편’을 어떻게 꺼낼지를 두고 국가전문기관회의를 열었지만,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내년 하반기 2호기에서 시험적으로 파편을 꺼낼 계획이지만, 그 양은 단 몇 그램 정도에 그칠 예정이다.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논란은 최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우려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 및 주변 국가들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 방일 이후 지속해서 일본 측이 한국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날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들어올 일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김선영 기자(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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