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게걸음하는 전기차 '모비온'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현대모비스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모비온'은 제자리에서 차체를 회전하는 제로턴 등이 가능한 전기차다. 지난 1월 CES에서 처음 선보여 이미 한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VS37은 세계 전기자동차협회(WEVA)와 아시아태평양전기자동차협회(EVAAP)가 주최하고 한국자동차공학회(KSAE)가 주관하는 전기차 학술대회·전시회다.
모비온 (사진=지디넷코리아)
EVS37 대회가 9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전시에는 한국(63%)기업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e-코너 시스템'이 장착된 실증 차량 '모비온'은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 LG 전장부터 삼성SDI 전고체배터리까지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뽐내
관람객들이 붐빈 또 다른 부스는 바로 삼성SDI다. 삼성SDI는 부스 전면에 전고체 배터리를 내세웠다.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하는 삼성SDI는 지난 전시보다 규모를 2배 확대했다.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전고체 배터리와 9분 초급속 충전, 20년 이상 초장수명 특성 등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SDI 부스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4개 계열사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 스토리'를 주제로 전시관을 공동으로 꾸몄다.
LG 부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 중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800V 고전압을 이용해 250kW 출력을 낼 수 있는 '하이 스피드 헤어핀 모터'와 배터리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모터를 제어할 수 있는 '800V SiC 인버터', 모터·인버터·기어박스의 통합 제품인 '800V IPGM' 구동 시스템 실물을 일반 관람객 대상으로 처음 공개했다. 아직 양산 전 제품인 만큼 사진 촬영은 금지하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었다.
■ 다양한 충전기 업체들 총집합
이날 현장에서는 SK시그넷 등 주요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이 다수 참가했다.
전시장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전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전기차 충전 상태 정보를 확인하고, 적정량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PLC 모뎀’ 탑재 충전기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PLC 모뎀은 그 동안 주로 급속 충전기에만 장착됐는데, 화재 예방을 위해 완속 충전기에도 PLC 모뎀을 탑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이 실렸다. 이에 정부도 올해 PLC 모뎀을 탑재한 공용 완속충전기 보급에 8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 차저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지차저는 EVS37에 참가, PLC 모뎀이 탑재된 완속 충전기를 선보였다. 완속 충전기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많이 활용된다. 배터리가 95% 이상 충전되면 충전을 제한해주는 PLC 모뎀이 탑재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 개선 측면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송봉준 이지차저 대표는 “PLC 모뎀 탑재 완속충전기 출시를 위해 국립전파연구원 인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인 그리드위즈도 EVS37 현장에서 PLC 모뎀을 탑재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에 통신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사전에 등록된 차량은 충전기만 꽂아도 전기 충전과 요금 결제가 바로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 전기차 화재 막는 서비스·제품 '눈길'
전기차 이상진단 솔루션 EV체크의 구독 서비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체크해줘 실시간으로 배터리를 감지해 이상이 있으며 전기차 소유주에게 알려준다. 개인이 구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V체크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분석해 이상을 진단해준다"며 "이상을 미진단 해 화재발생 시 배터리 잔존가를 보상하는 것은 그만큼 진단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질식소화포 전문 기업 쉴드원은 전기차 화재 진압 목적으로 개발된 질식소화포를 선보였다. 특히 배터리 열 폭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전기차 주차 시설과 충전소, 배터리가 집약된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천장 매립형 질식소화포가 눈길을 끌었다. 화재 연기가 감지되면 소화포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방식이다.
전기차 화재 방지 시연 모습 (영상=지디넷코리아)
쉴드원 관계자는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차도 화재 진압에 질식소화포를 사용하는 건 같지만, 대량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질식소화포를 씌우더라도 단시간에 화재가 진압되지 않고 소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전기차가 밀집한 주차장 등 시설에선 주변 차량과 시설로 화재가 번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 개막식에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동욱 현대차그룹 부사장, 정용원 KG모빌리티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박종선 삼성SDI 부사장, 조성현 HK만도 대표 등이 참석했다.
EVS37 기간 동안 30여개국에서 제출된 논문 500편과 40여 개국 1천500명의 석학·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날 한동희 현대차 전무,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의 기조강연과 함께 EVS37 학술대회의 특별 세션 ‘전기차 테크 서밋’도 진행됐다. EVS37 조직위에 따르면 일반인 참관 신청자만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