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5.07. 오전 11:58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은 절대악이 아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있고 의원 외교를 통해 국익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외유성 해외 출장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 말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순방은 이들에 대한 ‘위로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1인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출장비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통상 의전상 항공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숙소는 고급 호텔에 머문다. 해외 박람회 참석 등 출장을 위한 의회 외교 사업 예산은 매년 늘어 올해 202억7600만 원에 이른다. 연금개혁안 공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금 특위 소속 의원들이 8일부터 5박 7일간 스웨덴과 영국 등 유럽 출장을 떠나는 것을 두고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미래세대 등골 부러뜨리는 공론화위원회 연금개악안이 뭐가 잘됐다고 포상휴가를 가냐”고 규탄했다.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동행하는 등 연금개혁안 합의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출장을 떠나는 의원들도 같은 마음일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외유성 출장에 대해 여야 모두 서로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총선 후 낙천·낙선한 의원들과 함께 가는 출장에 박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야 간 치열한 대치가 4년 내내 이어지면서 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 5월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중 3분의 1 수준인 9454건(36.6%)만이 처리됐다. 민생 법안은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협치를 통한 민생법안 입법이라는 국회의원 본연의 일을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김보름 기자(fullmoon@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