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5.13. 오전 9:00 수정2024.05.13. 오전 10:48
관제센터에서 조이스틱으로 10톤 컨테이너 하역 '끝' 탄소제로 실현…한국 인천시 등 각지서 현장 답사지난 9일 찾은 연간 물동량 2217만TEU 규모의 세계 6위 항구, 톈진항. 그 중심부에 위치한 제2 컨테이너 터미널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전 세계를 향한 '알테쉬(알리바바·테무·쉬인)'의 공세로 더욱 바빠진 전진기지치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빽빽하게 쌓인 수천 개의 컨테이너 사이를 오가는 것은 92대의 운송 로봇(ART) 뿐이다. 2021년 10월 선적을 시작한 2터미널은 설계기준 연간 물동량 250만TEU 규모로 텐진항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준공과 함께 자동화율 100%로 출발, 텐진항의 다른 터미널에도 순차적으로 시스템 이식을 준비 중인 '심장부'로 여겨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톈진을 방문해 스마트항 조성과 해운 발전을 강조한 이후, '1년 9개월'이라는 동급 부두 최단기간 건설 기록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쌓인 컨테이너와 크레인의 색상이 알록달록해 이곳에는 '치차이(七彩·무지개 빛)항'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2021년10월 선적을 시작한 중국 톈진항 제2컨테이너터미널. 겹겹이 쌓인 컨테이너와 크레인의 색상이 알록달록해 이 곳에는 '치차이(七彩·무지개 빛)항'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터미널 내에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하고 뙤약볕 내리쬐는 부둣가에서 700m 떨어진 실내 원격 관제센터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며 근무 중인 인원은 30여명. 이들은 조율팀, 수리팀, 기사팀 등으로 구성돼 12시간·4팀 교대 형태로 일한다. 항구의 '브레인'격인 2명의 조종사가 개항부터 전반적인 현황 관리를 맡고, 그 외 인력들은 조이스틱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움직이고 미세한 위치를 맞춘다. 리양 텐진항 제2터미널공사 매니저는 "클릭 한 번으로 10톤 이상의 컨테이너를 하역한다"면서 "75만㎡ 규모의 터미널을 관리하는 데에 필요한 인원은 5명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리양 매니저는 "사물인터넷, 위성, 5G, 인공지능 등 기술 덕에 수동 하역 작업 대비 상·하역 작업 시간이 26% 단축됐다"고 소개했다. 치차이항 원격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원격으로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 관련 인력은 30여명 가량으로 조율팀, 수리팀, 기사팀 등으로 구성돼 12시간·4팀 교대 형태로 일한다. (사진 촬영 = 김현정 특파원) 운송로봇은 그 도움마저 필요 없다. 레이다와 실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가 탑재돼 모든 방향을 살피며 지능형으로 이동하는 자체 시스템을 갖췄다. 해당 로봇은 별도의 조작 없이 기존에 설계된 중국판 GPS 베이더우(北斗)의 경로에 맞춰 움직인다. 리 매니저는 "설정된 노선과 내비게이션에 따라 움직이므로 인간이 개입하는 부분은 극히 적다"면서 "차질이 생기면 원격으로 조정하고, 고장에 대응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치차이항은 내부에 설치된 자체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설비를 통해 사용 전력 100%를 조달하는 '탄소제로'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최근 인천을 비롯한 한국의 항구도시 여러 곳에서도 이곳을 방문했다"면서 "특히 에너지 시설을 궁금해하며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갔다"고 귀띔했다. 류시왕 제2터미널공사 매니저는 "현재 대형항 설비 기준 65% 수준인 자동화율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면서 "100% 달성 시점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