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5.17. 오전 5:03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l 어크로스 l 2만2000원 2021년 1월 미국에서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이 발생했다.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배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폭동을 부추겼다. 이에 “미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퇴보했는지 섬뜩한 느낌”을 받은 두 정치학자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화두를 품고 문제를 파헤친다. 민주적인 정당은 △선거 결과 승복 △폭력 사용 거부 △극단주의와의 동맹 거부 등 세 가지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와 그의 공화당은 이 원칙들을 어겼다고 지은이들은 비판한다. 지은이들은 미국에서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세 가지 기둥으로 선거인단 제도, 상원 제도, 대법원을 꼽는다. 1992년~2020년 치러진 대선에서 공화당은 2004년을 제외하고 모두 보통선거에서 패했다. 약 30년 동안 공화당이 ‘단 한 번’ 더 많이 득표했지만, 선거인단이라는 선거제도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세 번’이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또 상원과 대법원의 구성도 이처럼 왜곡되고 있다고 지은이들은 지적한다. 그러면서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하고 전국적인 보통선거로 대체 △각 주 인구수에 비례하도록 상원 의원수 조정 △종신제인 대법관 임기 제한 규정 신설 등 대안을 내놓는다. “선거 결과가 다수의 선택을 반영하도록 하고, 지배하는 다수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자가 관행이라는 규범을 파괴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사례 등을 다뤄 베스트셀러가 된 전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에 이어, 이번 책에서 지은이들은 이처럼 ‘소수의 독재’ 상황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