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토리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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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명곡 '올드 앤 와이즈'(Old and Wise)는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현명함의 요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잊는 것'이다. 남들이 자신을 향해 쓰디쓴 말을 내뱉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지고의 경지'를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는 노래했다.
109세 찰리 할아버지도 비슷한 가르침을 내린다. 막내딸 매들린이 동네 구설에 휘말린 사례를 이야기하며 분기탱천했을 때, 찰리는 이렇게 충고했다.
"잊어버려라. 열 올리면 너만 힘들어진다.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 쓸 시간이 없단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에릭 울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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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말은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오래된 가르침 말이다.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본 드렐리가 쓴 '내가 109세 찰리에게 배운 것들'은 109세까지 살며 천수를 누린 미국 의사 찰리 화이트(1905~2014)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102세 때 찰리를 만나 7년간 교분을 쌓으며 그와 나눈 대화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책에 담았다.
찰리는 1905년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명민하고, 뛰어난 사람이었으나 불운했다. 42세 때 타인의 실수로 9층 높이의 건물에서 추락사했다.
아버지가 일찍 죽자, 어머니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방치됐다. 찰리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비극적인 사건 사고를 홀로 견디며 버텨야 했다.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학교를 파하면 매일 조명을 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병행했다. 그렇다고 빡빡하게만 살지는 않았다. 빈손이었지만 고교 때는 아메리카대륙을 가로지르는 모험에 나서기도 했다. 돈이 떨어지면 재즈 공연에서 연주자로 나서 여비를 벌며 여정을 이어갔다.
고생 끝에 의사가 됐지만, 갑자기 형편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가난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진료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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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좌절, 비극과 상실감이 그의 인생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하지만 그는 곧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중에서도 107세 때 폐렴을 이겨내고 퇴원한 건 백미였다. 통상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노인들이 사망하는데, 그는 초고령임에도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라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그는 폐렴은 이겨냈지만, 신체적 노쇠는 막을 수 없었다. 108세에 결국 요양원에 들어갔고, 이듬해 8월 109세의 나이로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을 예감한 그가 메모지 한 장을 남겼다고 한다. 메모지에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짧은 명령문이 잇달아 적혀 있었다.
"자유롭게 생각해라. 인내심을 연습해라. 자주 웃어라. 특별한 순간을 마음껏 즐겨라. 깊이 느껴라. 기적을 알아차려라. 해내라. 때로는 부드러워져라. 필요하면 울어라. 가끔은 실수해라. 실수에서 배워라. 열심히 일해라. 기쁨을 널리 퍼뜨려라. 기회를 잡아라. 경이로움을 즐겨라."
동녘.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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