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설명…추가 입장표명 검토 안해”
민주당 개헌 요구에는 “입법폭주 막아야”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선수사 후특검’ 입장을 밝힌 만큼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같은 방침을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의 ‘거부권 행사 제한 주장’에 대해 “입법 폭주를 어떻게 막으란 것이냐”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국무회의에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윤 대통령은 이를 검토 후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건 없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처럼 독소조항 제거 등 진전된 부분 없이는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히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수사 관계자나 향후 재판 관계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여론 부담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일방적으로 넘어온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일 특검 결과가 마음에 안들면 또 특검을 하자고 할 것이냐”며 “야권도 사안을 볼 때 침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면 벌써 열 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여론 부담을 왜 못느끼겠냐”면서도 “다만 법리적인 부분을 살펴야하지 않냐”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거부권 제한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입법권도 견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법권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관련 추가 설명이나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절차적, 법리적 문제를 짚은데다 기자회견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별도로 추가적인 입장을 내는 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 정국은 더욱 냉각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은 야6당 공조로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에 대비, 이탈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3~28일 의원 해외출장 일정을 알려달라고 각 의원실에 공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