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일명 '채상병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상병 특검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7일 정부로 이송됐다. 관련법에 따라 15일 이내 법률 공포 또는 재의요구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22일이 법정시한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재의요구가 확정되면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이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까지 총 9개 법안에 재의요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가 진행중인 점을 근거로 채상병 특검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민간 사법기관에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인데, 어떻게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또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수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 여러분께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할 텐데, 그걸 보고 만약에 국민들께서 '이것은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라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며 "일단은 특검의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 재의요구를 의결한 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 등을 추가로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이 여야 합의 없이 단독처리된 전례가 없다는 것과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 등을 문제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라 재표결이 가능하다. 재의결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석이 113석이라 전체 의원이 출석한다 가정하면 재의결이 쉽지 않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인 20일 "현재 정부에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부 의원들이 찬성 의견을 내기는 하나 이탈표가 재의결이 가능하기에는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정의당 등 '야 7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심이반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