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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4-07 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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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단합된 목소리 낸다더니…마크롱은 20건 계약 따고 EU는 쓴소리
내용

 

입력2023.04.07. 오전 8:11   수정2023.04.07. 오전 8:12

 

마크롱은 기업가 50여명 데려가 사업 계약 20건 이상 체결
폰데어라이엔은 중국 시장관행과 인권·대만 문제 정면 비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6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실무 회담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단합'을 예고하며 나란히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지만, 두 사람의 발언과 행보에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에어버스와 LVMH 등의 기업가 50여 명을 데리고 중국에 가서 20건 이상의 사업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실리를 얻는 데 집중했다.

SCMP는 "이는 프랑스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축소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관리들은 이날 광저우에서 예정된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비공식 만찬에서 더 많은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기재집단으로부터 항공기 160대를 수주하기로 했다. 중국 항공기재집단은 민항기 구매와 리스를 담당하는 국무원 산하 국유 기업이다.

이 밖에 △프랑스산 돼지고기의 중국 수출 판로 확대 △프랑스 알스톰이 청두 지하철 시스템에 전기 운전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 △프랑스 EDF의 중국의 원자력 및 풍력 발전 관련 협약 △프랑스 해운업체 CMA CGM과 중국 국영 대기업의 바이오 연료 계약 등이 체결됐거나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6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실무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렇게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데 힘쓰는 동안 EU의 행정수반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에 서슴없이 쓴소리를 했다.

시 주석 앞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기업들이 중국의 비시장적인 경제 관행에 지쳤다"며 "중국에 진출한 EU 기업들은 시장 접근을 방해하는 일부 부문의 불공정 관행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과 대만 문제 등 까다로운 사안을 놓고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나는 중국의 인권 상황 악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상황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발언했다.

그는 대만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현상 유지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발생할 수 있는 일부 긴장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

방중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동행을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실상 두 사람이 맡은 역할은 서로 달랐다.

일각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압박 전술(bad cop)을 맡고 마크롱 대통령이 회유책(good cop)을 썼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SCMP는 중국의 시장 관행과 인권 문제 대한 불만 제기와 대만 문제 등 껄끄러운 문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맡겨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6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실무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두 인물의 태도가 달랐던 것과 관련해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마르크 줄리엔 소장은 "마크롱은 폰데어라이엔을 데리고 중국에 감으로써 유럽의 단합과 프랑스의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결국 마크롱은 무역 적자와 대만 해협의 안정, 인권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 교류만 증진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폰데어라이엔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고 시 주석과의 대화에서 어떤 주제도 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의 국가별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중국과의 적자가 가장 크다. 적자 폭은 점점 커져 지난해에는 489억유로(약 70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가전제품과 휴대폰, 의류 등 소비재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면서 대중국 수출 확대가 과제가 됐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도 중국 자동차업체 절강지리홀딩그룹과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하는 등 프랑스 기업들도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에키 야스히로 일본 조치대 국제학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논평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금 문제로 침체되는 프랑스 경제를 대중 무역으로 활성화하려는 의향이 담겼다"면서 "프랑스의 대미 독립적 사고는 잘 알려져 있으나 마크롱 대통령에게 외교적 성과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민경 기자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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