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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4-10 12: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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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낙태약 금지”, 워싱턴은 “허용”… 같은날 정반대 판결
내용

 

입력2023.04.10. 오전 3:03

 

FDA 23년전 승인 약품 놓고 대립
공화당이 다수당인 테네시주 하원
총기규제 시위 참여 민주 의원 제명
낙태권-총기규제, 대선 쟁점 ‘점화’

낙태권 놓고 다시 쪼개진 미국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낙태권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1주년을 맞은 4일, 낙태 반대론자들이 덴버의 의회 건물 앞에서 “낙태 금지를 위한 기도”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위 사진). 미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는 지난달 29일 상원에서 낙태금지법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낙태권 허용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의사당 계단에 모여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덴버·탤러해시=AP 뉴시스
미국 사회가 기존의 첨예한 갈등 의제인 ‘낙태권’과 ‘총기 규제’를 놓고 또다시 둘로 갈라졌다. 최근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와 진보 성향이 강한 워싱턴 및 미주리주는 낙태에 관해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등학교 내 총기 참사가 발생한 보수 성향의 테네시주 의회 또한 총기 규제 시위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을 제명해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각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두 사안에 관해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과 총기 규제를 찬성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반대한다. 이에 대선까지 남은 1년 7개월간 미국이 두 의제를 두고 계속 갈등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높다.
 

● 텍사스 vs 워싱턴-미주리 상반된 입장

텍사스 법원은 미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경구용 피임약 ‘미페프리스톤’에 내린 판매 승인 허가가 무효라고 7일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낙태 반대 의료단체가 “승인을 철회해 달라”는 소송을 내자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을 담당한 매슈 캑스머릭 판사는 판결문에서 태아를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라고 언급하는 등 낙태 반대론자가 쓰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판결이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후 낙태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미페프리스톤은 현재 미국에서 시판되는 사실상 유일한 낙태약이다. 주 정부 차원에서 낙태 시술을 금지한 보수 지역에 사는 여성들은 중절 수술을 할 수 없어 오로지 이 약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여성단체들도 동조했다. 반면 낙태 반대 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했다.

같은 날 워싱턴주 법원은 “FDA가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승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완전히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두 주의 법원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린 만큼 연방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앞서 민주당 소속의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5일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낙태금지 폐지법에 공식 서명했다. 1931년 발효된 주정부 차원의 낙태금지법을 92년 만에 없앤 것이다. 반트럼프 인사로도 유명한 휘트머 주지사는 “우리 모두를 괴롭힌 좀비법”이라며 법안 폐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 테네시, 총기 반대 시위 참석한 두 흑인 의원 제명

공화당이 다수당인 테네시주 하원은 6일 민주당 소속의 흑인 남성 의원 저스틴 존스, 저스틴 피어슨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27일 주도 내슈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학생 3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숨진 지 열흘 만이다. 공화당 측은 두 의원이 최근 주의회 건물 내부에서 열린 총기 규제 강화 시위에 가담해 의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제명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켰다.

CNN은 선출직 테네시 하원의원이 제명된 역사는 과거 각각 뇌물수수와 성폭력에 연루된 두 의원에 관한 제명뿐이었다고 전했다. 단순히 총기 규제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다른 당의 의원을 제명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의미다.

당초 공화당은 시위에 참석한 민주당의 백인 여성 글로리아 존슨 의원까지 총 3명의 제명안을 발의했다. 이 중 존슨 의원의 제명안만 부결된 것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존슨 의원 또한 “우리 셋의 피부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안에도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 미 전역의 학교와 공동체를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7일 내슈빌에서 제명당한 두 의원을 직접 만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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