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 37층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2개가 내걸려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현충일에 욱일기를 내걸어 비난을 받았던 부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이 결국 욱일기를 내렸다. 해당 주민이 사는 아파트 현관 앞에는 오물과 비난 글이 뒤덮이기도 했다.
7일 부산 수영구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창문 밖에 걸려있던 욱일기는 전날 밤늦게 철거됐다. 현재는 두 개의 욱일기 사이에 걸려 있던 ‘민관합동 사기극’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43층 아파트 37층 외벽과 창문에 욱일기 2개가 내걸렸다. 이 아파트는 광안리해수욕장과 약 1㎞ 떨어진 왕복 6차로 도로변에 있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욱일기 제거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이날 오전 9시 29분경부터 15건 접수됐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항의 전화가 30통 넘게 들어왔다. 욱일기를 내리라는 내부 방송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입주민 등에 따르면 욱일기 게시자는 4월부터 같은 위치에 일장기를 부착했다가 떼는 걸 반복했다고 한다. 집 현관문에는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 대국민 사기극은 이제 끝났다’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또 ‘대규모 국가배상금을 은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유인물도 만들어 문 앞에 놨다. 유인물에는 ‘수영구가 아파트 가구당 수백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어 놨다.
아파트 호실이 공개되면서 해당 주민의 현관 앞도 오물과 비난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시스.
논란이 커지면서 누리꾼들은 신상 털기에 나섰다. 해당 호수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의 이름, 직업까지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이 피해를 입었고, 그의 지인은 “공교롭게도 제 지인의 이름과 직업까지 같아 오해를 받고 있다”며 마녀사냥을 멈춰달라는 호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주민의 현관 앞도 오물과 비난 글로 뒤덮였다. 현관에는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이 묻어있고, ‘나잇값도 못 한다’, ‘토착왜구’ 등이 써진 글이 현관에 도배가 된 사진도 공개됐다.
현재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을 빚는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