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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4-13 09: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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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서 '대중 포위망' 좁히는 미국… "하반기 합동훈련 논의"
내용

 

입력2023.04.12. 오후 6:47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국가들 상대로
중국 앞마당서 '공동 대처하자' 제안
'연결 고리' 필리핀·베트남에 공들여

11일 필리핀 퀘존시에서 에릭 오스틴(오른쪽) 미국 해병대 소장과 마빈 리쿠딘 필리핀 육군 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퀘존=AP 연합뉴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對)중국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중국 턱밑에 위치한 나라들과 연일 군사 연대를 과시하거나 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치는 등 대중 견제와 압박의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아 나가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외교·국방장관 2+2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집단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 남중국해에서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파트너들과 연합 해상 훈련 계획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필리핀, 호주와 함께 전날부터 남중국해 인근에서 ‘발리카탄’ 연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는 지난해의 두 배인 1만7,600명의 군인이 참가한다. 미군 전함과 전투기는 물론 △패트리어트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이 동원된다. ‘역대급 규모의 훈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중국 앞마당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등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에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제안을 건넨 셈이다.

물론 강대국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아세안이 미국의 손을 덥석 잡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은 아세안 내 오랜 우방이자 동맹인 필리핀, 인도·태평양 역내 중국 견제 핵심 협력 대상국인 베트남을 연결고리로 스킨십을 쌓아 갈 공산이 크다.

이를 위해 필리핀에는 아낌없이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필리핀 내 신규·기존 미국 군사기지 인프라 투자에 1억 달러 이상을 할당하고, 향후 5~10년간 필리핀에 대한 군사지원 내용이 담긴 로드맵을 수개월 안에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4일 베트남을 찾아 고위 당국자들과 회동하고, 새로 짓는 미국 대사관 착공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것도 중국 견제 목적이 다분하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날 “(새 대사관은) 지난 수십 년간 베트남과 미국이 구축한 새로운 파트너십과 우정을 나타내는 강력하고 놀라운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친밀감을 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블링컨 장관의 베트남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공식 방문 토대를 마련하는 자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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