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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4-14 1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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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엑소더스’… 마이애미-오스틴, 새로운 기술허브로
내용

 

입력2023.04.14. 오전 3:04

 

재택 확대-집값 급등-범죄 급증 영향
지난해 투자액 2012년 이래 최저치
플로리다-텍사스, 신기술 규제 덜해
“기업친화 문화-공항 접근성 뛰어나”

“마이애미 테크 공동체 일원이 돼 기쁩니다. 마이애미의 환영 분위기와 인기 높은 명소는 우리 글로벌 고객에게도 이점이 돼줄 것입니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레버X’를 공동 창업한 빅터 로진스키 박사는 올 2월 본사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옮기면서 이같이 밝혔다. 로진스키 박사는 “마이애미에서 회사의 새로운 역사를 이끌겠다”고 힘줘 말했다.

레버X뿐만 아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마이애미나 텍사스주 오스틴, 휴스턴으로 이동하는 테크(정보기술)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를 탄생시킨 실리콘밸리 명성이 쇠퇴하는 반면 마이애미와 오스틴이 새로운 ‘테크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며 ‘실리콘밸리 엑소더스(탈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 샌프란시스코 ‘홀푸드’ 매장도 임시 폐쇄

실리콘밸리 엑소더스 현상은 벤처캐피털(VC) 투자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미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벤처투자 금액은 750억 달러(약 99조 원)로 마이애미(약 8조 원)보다 12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벤처투자 상승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마이애미에 투자된 금액은 2020∼2022년 278%나 늘었지만 같은 기간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상승률은 19%에 그쳤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투자액은 201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투자회사 인덱스벤처스의 브라이언 오펏 파트너는 WP에 “5년 전에는 스타트업 90%가 샌프란시스코에 몰려 있었다. 이제는 시애틀과 뉴욕에서도 늘면서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스타트업 비중은 70%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려 숨진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 캐시앱 공동 창업자 밥 리(43)도 6개월 전 마이애미로 주거지와 사업체를 옮겼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남은 사업을 정리하러 돌아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이 마이애미나 오스틴으로 떠나는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확대 및 부동산 가격 급등과 더불어 범죄율 급증이 꼽힌다. 캐시앱 창업자 리도 “약물중독과 범죄가 늘었다”며 마이애미행을 결심했다고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미 유기농 식품 전문점 홀푸드는 11일 “직원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지난해 문을 연 샌프란시스코 시내 대규모 플래그십 매장을 임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매장 화장실에서 마약 사용이 의심되는 주사기가 발견됐고 좀도둑이 나타나는 등 직원들 고충이 적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상당수 스타벅스 매장에 탁자가 사라진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역 일간 SF게이트는 “노숙자와 정신질환자를 피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 규제 완화 내세운 지역으로 ‘고(Go)’

공화당 세가 우세한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캘리포니아보다 방역 관련 제한 조치가 적었고, 가상화폐나 웹 3.0(차세대 웹) 같은 신기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점도 또 다른 실리콘밸리 엑소더스 배경으로 꼽힌다.

레버X 측은 “마이애미는 살고 일하며 여행하기 더 좋은 곳이 돼 가고 있다”며 “기업 친화적 문화에 국제공항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밝혔다.

엑소더스에 더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이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서 비용 감축을 위해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캘리포니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테크 및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고용은 지난해 11월∼올 2월 1만6000명 이상 줄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3∼2024년 회계연도에 225억 달러(약 30조 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2∼2023년도에는 1000억 달러(약 131조 원) 흑자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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