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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4-14 12: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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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美 동맹 염탐에 각국 '어깨 으쓱'…추방·초치 없어
내용

 

입력2023.04.14. 오전 10:07   수정2023.04.14. 오전 10:11

 

10년 전 스노든 폭로 땐 격렬 시위와 대사 초치
이번에 염탐 대상 동맹국들 미 비난 거의 없어
한국 대미 여론 역시 호의적 동맹 훼손 안될 것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지난달 22일 '2023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에 '디스코드'의 전시 부스가 설치돼 있다. 미 정보 수집의 새로운 세부사항을 폭로, 미국과 세계를 뒤흔든 미국 기밀문서 유출이 게이머들에게 인기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대화방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3.04.1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0년 전 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 직원이 미국이 동맹국들을 염탐하고 있음을 폭로했을 때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각국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다. 염탐 대상 각국의 정부들도 신속하고 심각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 비밀 문서 유출로 드러난 미국의 동맹국 염탐에 대해선 각국의 반응이 “어깨를 으쓱하는 수준”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10년 전 독일 정부는 베를린 주재 미 중앙정보국(CIA) 지국장을 추방했고 총리가 미 대통령에게 “친구를 염탐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접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미 대사를 초치해 질책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취소했다.

이번 비밀문서 유출로 미 정보기관들이 이집트, 한국,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우방국들을 깊숙이 염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여러 나라 고위 당국자들이 나눈 대화에 대한 CIA 정보가 공개되고 일부는 도청을 통해 확보한 것임이 드러났다.

미국의 적대국들이 이번 사건을 활용하려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요격하면서 중국의 정탐행위를 비난한 지가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반격에 나섰다. "미국이 동맹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비밀 도둑질, 정탐과 도청한 것을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3년과 달리 미 동맹국들은 대부분 최근의 정탐 사례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집트, 이스라엘, 한국, UAE는 유출된 내용이 맞지 않거나 조작됐다면서도 염탐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차분한 반응은 미 정보기관들이 오래도록 침투하고 있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첩보전 황금기가 끝났지만 2013년 스노든이 폭로한 문서들은 2001년 9월 이후 새로운 첩보전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정탐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수많은 이메일, 전화 통화 자료를 수집하는 전 세계적 감시망을 구축한 것이다.

스노든 사건이 발생한 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유럽국장이 됐던 찰스 컵천은 “스노든 때보다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동맹을 염탐한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노든 사건 당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직접 염탐했다는 점이었다. 야당이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고 독일 여론도 매우 나빴다.

브라질 정계도 당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염탐한 것에 격분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과 20분 동안 통화하고도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그는 유엔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이 프랑수와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더 이상 염탐은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었다.

스노든 사건 뒤 실시된 각국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미지가 손상됐으나 크게 손상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에 대한 전 세계적 이미지가 여전히 긍정적으로 유지된 것이다.

비밀문서 유출 사건으로 각국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아직 알기 어려운 시점이다. 그러나 반발이 크지 않다는 징후는 많다.

벤저민 로즈 오바마 대통령 당시 NSC 차창은 스노든 사건은 미국이 각국 지도자들은 물론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도청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다는 분노가 일면서 “각국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사안이 되면서 분노를 표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외국의 의사 결정에 관심이 있다는 점 때문에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번 유출 사건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나라는 한국 뿐이다. 야당이 미국이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 정책 연구원 앤드류 여는 한국의 상황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깍아 내리려는 민주당의 국내정치적 동기가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 거의 없으며 한국인들도 안보를 크게 의존하는 미국에 호의적이어서 도청을 용인할 것이다.

여 연구원은 “리키위크 때와 같은 반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동맹관계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여전히 동맹국들을 염탐하고 있다는 당혹감이 커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영진 기자(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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