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6명 뺀 나머지 85명 재검토
방조 혐의, 공범보다 증명 수월해
김 여사 이어 최은순씨 조사 가능성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가조작에 자기 이름의 계좌가 활용된 계좌주 91명을 사실상 전수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수사팀은 계좌주 중 6명만 재판에 넘겼지만, 현 수사팀은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씨를 포함한 나머지 전주 85명 중에도 혐의 적용이 가능한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김 여사 조사를 마친 검찰이 조만간 최씨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계좌주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계좌 대여 등 혐의없음이 명백한 일부를 제외한, 사실상 전수조사다. 김 여사의 어머니 최씨는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하면서 전주 손아무개씨를 공범으로 기소하고, 나머지 전주 5명(공범 2명·방조 혐의 3명)을 약식 기소했다. 당시 수사팀은 기소하지 않은 계좌주 중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피의자로 판단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는 김 여사와 어머니 최씨 등 91명의 157개 계좌가 동원됐다.
‘전주 전수조사’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의 방조죄 성립 여부를 적극 검토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검찰은 주가조작 공범으로 기소됐다가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전주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해 허가받았다. 검찰이 주되게 기소한 주가조작 ‘공범’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주가조작 공범의 혐의를 법원에서 인정받기 위해 수사기관은 ①주가조작 일당들과 직접 매매 시점을 상의하거나 지시받는 등의 의사소통(의사연락)을 하면서 ②시세조종 행위를 한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시세조종 방조 혐의는 ①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②정범(범죄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충분하다. 방조 혐의는 공범보다 증명하기 수월하고 법원에서도 더 쉽게 인정된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정황은 방조죄로 추가 기소된 손씨보다 짙다. 권오수 회장 등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김 여사의 3개 계좌는 주가조작 일당들이 운용했다. 김 여사 계좌 거래 중 48건은 통정·가장매매(특정 상대와 짠 거래)로 인정됐다. 또 1건은 현실거래(불특정 다수와 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으로 판단됐다. 어머니 최씨의 계좌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차명계좌로 판단받기도 했다. 검찰은 1심 재판 중 김 여사와 최씨가 주식거래를 통해 거둔 이익이 23억원에 가깝다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큰 수익을 거뒀다는 것은 주가조작에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정황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검찰은 오는 9월12일로 예정된 권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 이전에라도 김 여사 혐의에 대한 판단이 마무리되면 기소나 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