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확장 등 오명도…2021년 한국 최고부자 오르기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롤모델이자 '흙수저 신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혐의로 23일 구속되면서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다.
말로는 험난하지만 김 위원장의 과거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그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 등과 함께 벤처 1세대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만든 그는 삼성을 떠나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이후 NHN을 떠나 2010년 카카오톡을 세상에 선보이며 '연쇄 창업가'의 대표주자가 됐다.
성장속도는 눈부셨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틀을 갖춘 카카오는 2014년 '다음' 합병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계열사를 늘려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63곳이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4월 기준 147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업 중 SK그룹(198곳)에 이어 두 번째로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위원장은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2021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그의 재산은 약 15조원이었다. 카카오는 재계순위도 상승, 지난해 기준 15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2021년 6월 기준 75조원까지 불어나며 그야말로 '카카오제국'이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된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논란, 임직원 리스크 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21년 6월 장중 17만원선까지 오른 카카오 주가는 현재 4분의1 수준에도 못미친다. 전날 종가기준 4만1050원이다.
위기의식이 커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같은 해 11월 카카오의 위기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해 조직정비에 나섰다. 이후 구체적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조직감량 차원에선 현재 계열사를 124곳으로 줄이는 등 성과를 냈다.
사법리스크와 김 위원장의 구속은 한동안 카카오의 성장을 짓누를 공산이 크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 부재로 M&A(인수·합병) 투자 및 신사업 진출,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이 당분간 전면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동력이 절실한 카카오에 뼈아픈 대목이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