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사도광산 강제성 누락 합의' 보도에 논란 확산
외교부 '사실무근' 입장 내세우면서도 "결정 전 내용 협의"
野 외통위 "검증 작업 중…상임위 개최 계속 촉구할 것"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출구에 28일 '세계문화유산 결정'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데일리안 = 오수진 기자]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요구를 수용한 일본이 전시시설에 '강제동원' 문구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가 이를 사전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일본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과 함께, 국회서 야당을 중심으로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시설물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표현이 빠졌다는 우리 측의 비판 여론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환영 입장 만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나라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매우 기쁘다"면서도 전시시설에 강제노동 관련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요미우리 신문은 "강제노동이란 표현이 빠진 건,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항"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지난 27일 등재 직후 강제노역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강제노동 문구 제외가 사전 협의 됐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의혹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답변을 특별히 내놓지는 않았다.
이러한 입장과 함께 대통령실은 일본의 사도광산 시설물이 누구나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외교부는 결정이 이뤄지기 전 전시관에 진열된 내용과 관련한 한일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이 28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작은 전시실에 노동자 모집·알선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음을 설명하는 패널 등이 설치됐다. 사진은 방문객이 조선인 노동 관련 전시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이 '강제노동 표현 누락'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내놓는 것과 함께 우리 정부의 해명도 석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담을 것을 요구한 우리 측의 입장 수용을 전제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으로 파문이 번지면서 '강제노동 단어 누락'을 둔 진실 공방은 계속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으며, 외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진상 파악을 위해 외통위 회의를 빨리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들이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러 차원에서 현재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며 "추가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상임위가 열리면 우리가 제대로 검증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오늘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어달라 했는데 사실상 (여당이) 거절을 했다"며, 내달 3일 7월 임시국회 종료 후 8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된 사항을 다시 한번 촉구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무시하면 (우리도) 여러 수단이 있다"며 "위원장이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무조건 열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홍기원 의원도 "여당이 상임위를 안 열어줘서 오전에 외통위 명의로 관련 문제에 대해 발표도 했는데,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상세한 내용을 물어봐야 하는 데 뜻을 모을 거다. 자조치종을 파악해야 하고 (우리 정부가) 왜 이렇게 합의를 했는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과 우리측 외교부 (답변) 내용이 다른 부분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