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소재로 다룬 영화 ‘보이스’ 한 장면. 오른쪽은 미혼인 기자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해온 연락. [영화 ‘보이스’ 장면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아빠 주민등록증 사진 찍어서 보내줘. 아빠 민증이 있어야 돼.”
미혼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불상의 인물 B씨로부터 주민등록증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의 경우 결혼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딸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B씨는 온라인 환불 처리를 들어 주민등록증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딸이 없다는 A씨의 답을 들은 뒤에야 대화는 끊겼다.
최근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 건수도 ‘4000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로서는 이미 노출된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전전긍긍할 터, 이 경우 온라인으로 쉽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하면 된다.
미혼인 기자의 딸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이들은 피싱 사기범들이다. 고재우 기자
30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신분 도용, 사기·해킹 등 기타 등 재산상 이유를 들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한 건수가 2022년 1537건, 지난해 1942건, 올해 6월까지 1008건 등 4487건이었다. 이중 위원회 의결을 거쳐 의결된 건수는 3324건이다.
행안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재산 피해 또는 우려를 가진 자에 대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변경 절차는 정부24 등 온라인을 통한 변경신청서 제출→ 담당자 확인→ 주민등록변경위원회 심사 등으로 진행된다. 위원회에서는 범죄·수사경력, 세금, 신용 정보, 출입국 등 법령상 의무 회피 여부에 대한 조사 및 심사를 통해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의결한다.
이를 통해 신원 노출 등 우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보이스피싱 등 재산상 이유 외에도 가정폭력, 상해·협박, 성폭력, 명예훼손·학교 폭력 등 기타를 포함한 생명·신체 피해 또는 우려를 가진 자도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피해를 당했거나 우려된다면 가까운 주민센터나 정부24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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