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약 두 달 만에 1350원대에 진입했다. 하루 만에 10원 넘게 급락 중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1.2원·오후 3시30분) 대비 12.2원 내린 135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35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5월28일(1355.5원·장중 저가) 이후 69일 만이다. 오전 중에는 1355원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나타내는 데도 원/달러 환율은 1350원 후반대에서 등락 중이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미국발(發) 고용 충격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1만4000명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7만5000건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7월 실업률은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도 더 많이 늘어난 데다 고용 부진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급속도로 번졌다.
고용지표 발표 이후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달러지수도 국채금리를 따라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거래일 대비 0.25% 내린 102.95를 기록 중이다.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비농업 고용 쇼크가 촉발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대세적 흐름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이른바 '빅컷'(한 번에 0.5%포인트 정책금리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투자은행은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준이 정책금리를 9월과 11월 각각 50bp(1bp=0.01%포인트)씩, 12월엔 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국채금리 하락과 달러화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고용 지표 둔화는 경기 침체 징후로 보기 어렵지만 연준이 혹시 모를 침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보험 성격의 금리인하(insurance cuts)를 시작할 조건에는 충분히 부합한다"며 "8월 고용 지표에서도 둔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9월 50bp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계속되는 엔화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했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시장 기대보다 더 매파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엔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글로벌 약달러가 더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44엔대까지 내려앉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지표 부진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에 더해 외환시장의 관심은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 속도가 이어질지 여부"라며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국면이 예상되지만 당분간은 원화의 엔화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이번 주 환율은 1330~1380원대를 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환시장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중동 지역 긴장감은 고조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가동할 계획이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