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돈거래 언론인도 불구속 기소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6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성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언론인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퇴직 후인 2020년 11월∼2021년 9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업체인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민사소송 상고심, 행정소송 1심의 재판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 법리 제공 등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기간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함께 50억 클럽 일원으로 거론된 홍 회장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홍 회장은 2020년 1월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빌리고 약 두 달 뒤 원금만 갚았는데, 검찰은 홍 회장이 약정이자 1454만원을 면제받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봤다. 검찰은 50억 클럽에 포함된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아직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김씨와 돈거래가 있었던 전직 언론인들도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겨레신문 전직 간부였던 ㄱ씨와 중앙일보 전직 간부 ㄴ씨가 김씨에게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비판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고 봤다. 검찰은 ㄱ씨가 2019년 5월∼2020년 8월 총 8억9000만원을, ㄴ씨가 2019년 4월∼2021년 8월 2억400만원을 김씨로부터 받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ㄴ씨의 경우 일부에 금액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액수가 1억300만원으로 줄었다. 김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함께 검찰 수사를 받던 한국일보 전직 간부는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홍 회장과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김씨도 배임증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에게 제기된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각 회사의 진상조사 결과 한겨레 출신의 간부 ㄱ씨는 김씨로부터 주택매입 자급 명목으로 9억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1000만원을 제했고, 2021년 일부(2억원)를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출신의 간부 ㄴ씨는 김씨에게 8천만원을 7개월 동안 빌려준 뒤 이자를 합쳐 9천만원을 돌려받았으며, 2020년에 김씨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 이들은 기자 출신인 김씨와 법조 기자 등으로 함께 일하면서 인연을 쌓았다. 김씨와의 돈거래가 드러난 뒤 모두 해고와 사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한겨레는 관련 의혹을 확인한 뒤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50여일간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사건을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윤리의식을 바로잡고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독자 등에게 사과했다.
*편집자 주: 공소장에 담긴 피고인의 혐의는 재판을 거쳐 무죄, 혹은 유죄로 최종 판단을 받게 됩니다. 최종 확정판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