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4 오전 04:13 입력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태효의 브리핑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라며 국적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의심 발언을 했던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태효씨가 이번에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 서울 세종연구소에서 ‘미국 대선과 한국 외교안보전략’이란 주제로 마련된 제1차 세종열린포럼 강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도 비용의 관점에서 협의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동맹을 비용의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이 조 바이든 정부 때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과 정상회담을 욕심낼 것”이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런 트럼프의 쇼맨십을 활용해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때의 북핵협상을 언급한 뒤엔 “과거처럼 ‘스몰 딜’(핵 동결·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의 대가로 제재 완화 등 보상을 제공하는 낮은 단계 합의)을 재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김 차장은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지난해 이뤄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와 다년간 3자 훈련 계획, 사이버 협조 등 안보 분야 있어서 미국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캠프데이비드 합의의 성과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기회 요인이 극단적으로 병존하기에 좀 더 과감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관련해선 “(한국을) 실용주의에 기반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함께 만드는 끈끈한 동반자로 바라본다”고 했다. 해리스 후보가 “동맹국의 이익 증진도 미국의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하고 갈등이 있더라도 동맹국과 이익을 나눠 가지면서 적대국이나 경쟁국 이익을 상대적으로 견제하는 연대 방식을 취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대중국 정책에선 “바이든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정교하게 구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김 차장은 내다봤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안보를 조언하는 참모들, 사회 이슈 대해 조언하는 전략가들의 이름이 생소하고, 이분들이 집권했을 때 미국 행정부 등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조금 염려가 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을 상대했을 때 제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중요한 문제를 선택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이분들이 파악하고 업무를 익히고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이어 “기존의 베테랑들을 밖에서 수혈해서 중량감 있는 멤버들이 콤비네이션 돼야 우리도 동맹을 상대하기 편해지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들으러 온 청중들에게 편하게 설명한다는 취지로 한 말이지만, 그가 대통령의 고위 외교 참모라는 점에서 자칫 동맹 상대에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코리아타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