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알려지며 공급 부족
제약사 “한국 우선순위로 출시”
GLP-1 계열 2형 당뇨 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로이터 뉴스1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글로벌 제약사의 당뇨 치료제가 한국에서는 식약처 허가 1년이 넘도록 출시되지 않고 있다. 비만 치료 효과가 확인돼 수요가 폭증하자 한국 출시를 미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게는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당뇨 환자의 약 90%는 2형 당뇨 환자다. 이들이 국내 출시를 기다리는 덴마크 기반의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각각 개발한 당뇨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은 부차적으로 확인된 체중 감량 효과가 더욱 주목받으면서 같은 성분의 비만 치료제(위고비)가 2021년 FDA 승인을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비만 치료제는 미국과 일본 등 7국에 출시된 상태다.
후발 주자인 일라이릴리의 2형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는 2022년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역시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1월 비만 치료제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의 올해 2분기 마운자로·젭바운드 판매액은 43억4300만달러(약 5조9000억원)로 시장 추정치(33억달러)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당뇨 치료제로 출발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비만 치료제로 인기를 얻으면서 정작 당뇨병 환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오젬픽과 마운자로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훨씬 많은 데다, 같은 성분의 비만 치료제로 생산 비율을 높이면서 당뇨 환자들은 제대로 투약받지 못하는 상황이 잇따르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유럽의 오젬픽 부족 사태가 오는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2형 당뇨 치료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국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2022년에 획득한 오젬픽과 지난해 6월에 받은 마운자로는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을 홀대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한국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4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출시를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이르면 다음 달 오젬픽이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