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생산 현장 점검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이 1년간 이어진 상승세를 멈추자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운 SK하이닉스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레거시(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작년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5∼7월 3개월간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한 후 지난달 하락했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자 반도체 다운사이클 진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게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0일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통해 'AI 고점론'에 불을 붙였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효과에 힘입어 2분기 D램에서 상위 3개 기업 중 유일하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 결과,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D램 점유율은 34.2%로, 전 분기(31.0%)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옴디아는 AI 인프라의 핵심 메모리 제품인 HBM 판매 증가를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옴디아는 "HBM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며 "SK하이닉스는 2018년 3분기 이후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 3분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HBM3E 주문량은 엔비디아 제품 테스트를 먼저 통과한 순서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여 2013년부터 11년간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인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내년 HBM 매출은 2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